하지만 박 대통령이 ‘재단의 모금 경위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검찰 수사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더블루케이(The Blue K) 사무실이 20일 오후 텅 비어 있다. 하상윤 기자 |
검찰은 또 두 재단의 설립 승인과 법인 등록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간부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최씨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씨는 독일에 더블루케이 현지 법인과 ‘비덱스포츠’라는 회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비덱스포츠는 스포츠 인재 육성 등을 사업 목표로 내세워 ‘인재 육성이란 명분 아래 K스포츠재단 기금을 빼내 승마선수인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훈련에 쓰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씨 모녀는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어 검찰은 조만간 더블루케이 관계자 등을 통해 모녀 측과 귀국, 조사 등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대통령도 “전경련이 (재단 설립에)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이 발언은 ‘적어도 모금 과정에는 불법이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 개시와 거의 동시에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1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기관증인으로 참석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우병우 민정수석이 회의 시작 전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최근에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자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해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 수석보다 의혹을 조사한 이 전 감찰관의 잘못이 더 큰 것처럼 몰아가 ‘검찰에 수사 방향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