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어렵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미혼남녀들은 비혼을 선택하고 있다. 대부분 이런 비혼족에 대해 이해가 되고,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혼자 71.8%는 비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현상이라고 답했으며, 10명 중 3명은 비혼족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비혼 문화와 관련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미혼남녀들이 최근 점차 확산되는 ‘비혼 문화’에 많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혼인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비혼족’의 증가 현상에 대해서는 전체 86.5%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문화에 대한 미혼자의 일반적인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성과 30대의 인지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비혼을 결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대체로 이해가 되고(68.3%·중복응답) △남일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며(63.6%) △공감이 간다(60.8%)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미혼남녀 상당수가 결혼할 의사를 포기하는 비혼족의 선택에 공감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결혼적령기로 인식되는 30대와 미혼여성이 비혼족의 결정을 이해하고, 남일 같지 않게 생각하며, 공감하는 태도가 매우 강하였다. 자신도 비혼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미혼자의 절반 이상이 하고 있었다.
비혼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응답은 미혼여성과 30~40대, 대학원 학력 소유자에게서 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비혼자들을 △한심하고(2.3%) △답답하고(3.4%)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다(5.8%)는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적은 편으로 미혼자들이 비혼 문화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비혼족 증가,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 때문
최근 비혼족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를 많이 꼽았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남녀가 증가한 것(71.2%·중복응답)을 비혼족이 많아지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자녀 양육비(63.1%) △주거 비용(60.8%) △결혼 비용(59.6%) 등 결혼과 관련한 다양한 경제적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매우 크게 나왔다.
특히 미혼남녀 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자녀 양육비와 주거 및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감에 많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들이 비혼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결과이다.
미혼남녀의 △취업난(54.7%) △자녀양육에 대한 두려움(50.8%) △높은 고용 불안감(41.9%)을 비혼족이 증가하는 이유로 보는 시각도 많은 편이었다. 또한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여성의 능력이 신장한 것을 비혼족 증가의 배경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미혼여성이 '자기애(自己愛)' 증가와 여권 신장을 중요한 원인으로 많이 바라본다는 점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비혼 문화와 관련한 전반적인 인식평가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비혼의 증가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미혼자 10명 중 9명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비혼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증가한 것 같다고 바라본 것이다.
앞서 비혼족의 증가 원인에서 살펴봤듯 취업난 등으로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은 미혼자들이 결혼을 둘러싼 비용에 대한 부담감까지 느끼게 되면서 결혼을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특히 20대 미혼남녀의 이런 인식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전체 83.8%가 요즘은 나 혼자도 책임지면서 살기가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혼족이 증가하는 현상을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실제 미혼자의 71.8%는 비혼을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하나의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높은 결혼비용, 주거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젊은 미혼남녀가 비혼 증가의 원인을 사회문제에서 찾는 경향이 보다 강하였다.
이와 함께 비혼족이 증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시각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가 커진 것도 비혼족 증가의 또 다른 이유였다. 미혼자 10명 중 4명이 결혼보다는 직장과 일에서 인정받으며 살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여성과 20대, 대학원 졸업·재학생이 결혼보다는 일과 직장에서의 성취에 대한 욕심을 더 많이 드러냈다.
◆미혼자 10명 중 7명 "능력 있다면 연애만 하며 사는 것도 OK"
대부분의 미혼자들은 앞으로 비혼 트렌드가 지금보다 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요즘은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사는 삶을 이해하는 어른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적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 사회 가치관이 달라진 것도 향후 비혼족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 이유였다.
조사에 참여한 미혼자들 상당수도 혼자 사는 삶을 나쁘지 않게 바라봤으며, 구체적인 비혼 의향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미혼자 10명 중 7명이 직업이 있고, 능력만 있다면 연애만 하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특히 미혼 여성과 30대가 안정적인 직장과 능력만 있다면 굳이 결혼할 필요 없이 연애를 즐기면서 살아도 좋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남자나 여자나 혼자 살아도 별 지장 없는 시대이고, 한번뿐인 인생,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데 대부분의 미혼자들의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혼자 살면 경제적인 압박이 덜한데다,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혼자 살아도 별 지장이 없는 시대이고,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보다 뚜렷했다. 계층수준이 높을수록 혼자 사는 데 지장이 없으며, 자신에게 투자하며 사는 것이 좋다는 시각이 강한 것도 특징이었다.
실제 비혼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의향도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미혼자 10명 중 3명이 자신도 비혼자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럴 의향이 없다는 의견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수 미혼자들이 비혼과 관련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성보다는 여성, 그리고 40대가 비혼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향을 많이 드러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비혼을 권할 의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이나 형제·자매에게 ‘싱글 라이프(Single Life)’를 권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과 나중에 자녀에게 미혼 생활을 권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부모 결혼생활 "행복한 편" 45%…집안 경제력 결혼생활에 큰 영향
미혼 자녀들이 바라보는 부모님의 결혼생활은 결코 행복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행복한 편이라고 바라보는 시각과 행복하지 않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부모의 결혼생활을 비교적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시선은 20대 젊은 세대에서 많은 편이었다. 또한 자신의 계층을 높게 평가할수록 부모의 결혼생활을 행복하다고 보는 시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집안의 경제적 상황이 결혼생활에 어느 정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도 가능케 했다.
이에 반해 부모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은 40대에서 가장 강했으며, 계층수준이 낮을수록 부모의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보는 태도가 매우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가정의 행복도’는 부모의 결혼생활에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전체 10명 중 6명이 자신의 가정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부모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경우에는 무려 92.7%가 가족이 행복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에 비해 부모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7.6%만이 집안이 행복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결혼보다 동거가 더 매력적" 10명 중 2명뿐
한편 외국에서는 하나의 가정형태로 인정받고 있는 동거 문화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 강한 모습이었다. 전체 87.6%가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동거하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바라봤다.
반면 요즘은 결혼보다 동거가 더 매력적인 것 같다는 인식은 미혼자 10명 중 2명에 그치고 있어, 동거가 결혼의 대안으로 인정받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미혼자들조차 동거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결혼해서 이혼하는 것보다는 동거를 하며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시각에는 동의하는 의견이 동의하지 않는 의견보다 우세했다. ‘결혼 실패’를 전제로 한 경우에는 동거의 효용성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남성과 20대가 결혼해서 이혼하는 것보다는 동거를 통해 결혼을 결정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많은 편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