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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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성추문 얼룩진 문단·미술계… 폭로에 드러난 민낯

“박, 부적절 신체접촉·성적 농담… 은교 주인공에 성 경험 묻기도” 전직 출판 편집자 트위터로 폭로
큐레이터 함영준은 활동 중단

소설가 박범신 등 문단인사들의 성추문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미술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박범신(70) 작가는 최근 불거진 성추문으로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알려진 여성 팬 등이 반박을 더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오전 박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내 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인생-사람에 대한 지난 과오가 얼마나 많았을까, 아픈 회한이 날 사로잡고 있는 나날이에요. 더 이상의 논란으로 또 다른 분이 상처받는 일 없길 바라요. 내 가족∼ 날 사랑해준 독자들께도 사과드려요”라고 썼다. 

 

박범신 작가 사과문.

박 작가의 성추문은 그와 수필집 작업을 했다는 전직 출판 편집자 A씨가 트위터에 폭로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A씨는 박 작가와 방송작가, 팬 등 여성 7명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박 작가가 이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성적 농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작가는 소설 ‘은교’를 영화로 제작할 당시 주연배우 김고은씨에게 성 경험을 묻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박 작가의 반복된 사과와 별개로 SNS에는 그의 성희롱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박 작가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방송작가 B씨는 페이스북에서 “글에 오르내리고 있는 당사자는 성희롱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며 “방송작가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성적 수치심을 견뎠다는 뉘앙스의 글은 방송작가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말 장편소설 ‘유리’를 출간할 예정인 박 작가 측은 서둘러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다. 박 작가의 인터넷 블로그 ‘관리자’는 전날 공지를 올려 “미디어의 특성상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고 사실관계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비난은 당사자 외에도 주변의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며 “농이라는 것이 ‘당사자가 기분이 나빴다’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농”이라고 밝혔다.

 

 

문단의 성추문이 미술계로 확산되고 있다.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는 성추행을 시인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함씨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사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그런 쪽(성추행)으로 더러웠고 유명했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 술자리였다. 나는 만취했고,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집이었고 불이 꺼진 상태에서 누군가의 손이 OO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서 “(함씨가) 페미니스트라고 신문에 기고했을 때 정말 기가 찼다”며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와 소문이 들려왔다고도 했다.

 

함영준 큐레이터 사과문.

함씨는 지난해 한 일간지에 ‘남성들이여! 페미니즘이 불편한가’ 제목으로 칼럼을 실어 “여성을 차별하고 비하해 온 가해자로서 남성은 페미니즘의 당사자”라며 한국 사회가 심각하게 성차별적이라고 비판했었다.

 

논란이 일자 함씨는 22일 SNS에 사과문을 올려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다. 우선 제가 가진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다. 모든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정리한 후 그만두겠다. 자숙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