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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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상상, 예술로 구현 … 폐허에 문화가 피어나다

'융·복합 문화거점' 경기상상캠퍼스
#1. 22일 낮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내 ‘경기청년문화창작소’ 옆. 3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전기드릴 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리싼’이라는 작가명의 이 여성이 만들고 있는 것은 ‘미세먼지 대피소’라는 작품이다. 이 여성은 “나무로 된 1인용 전화부스 모양의 직육면체 시설물 안에 잔디와 흙, 식물 등으로 맑은 공기를 상징하는 정원을 꾸미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2. 청년문화창작소 바로 옆 2층 건물에서는 먼지와 함께 금속성 굉음이 한낮 고요한 캠퍼스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농생대 시절 농화학관으로 쓰이던 건물로, 공방형 문화예술 랩(실험실)인 ‘청년창작공작소’로 재탄생하기 위해 리모델링작업이 한창인 현장이다.


13년간 폐허로 방치돼 지역민들의 원성을 샀던 옛 서울농생대 캠퍼스가 지역문화를 공유하고 청년들의 문화적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융·복합 문화거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상상속 꿈을 직접 기획하고 전문가에게 배우며 구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이름도 ‘상상캠퍼스’로 지어졌다.

이 캠퍼스는 농생대가 2003년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수원의 교육중심지에서 폐허로 전락한 국내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을 되살리고 지역문화 플랫폼 역할까지 담당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시민들의 “국내 최고 지성이 머물던 그 명성을 돌려 달라”는 오랜 바람에 따라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2014년부터 각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아 태동했다. 지난해 11월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뒤 7개월 만인 6월, 21세기 경기문화의 미래를 위한 융·복합 문화허브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 6월11일 경기상상캠퍼스 오픈페스티벌에 참석한 관객들이 도로 가에 설치된 익살스러운 인형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청년문화창작소와 상상공학관


경기상상캠퍼스는 농생대 부지 15만2070㎡에 산재한 건물 22곳 가운데 7동을 리모델링해 2017년 완성할 예정이다. 우선 지난 6월 문을 연 곳이 ‘경기청년문화창작소’와 ‘상상공학관’이다.

경기청년문화창작소는 농원예학관을 리모델링한 3층 건물로 1층에 어린이 책놀이터와 경기생활문화센터, 카페, 아트숍 등이 들어섰다. 2층에는 ‘서둔 청소년공간’과 세미나실, 강의실 등이 자리를 잡았다. 3층에는 ‘청년창직실험랩’인 ‘들뜬 스튜디오’와 ‘다사리 문화기획학교’가 둥지를 틀었다. 들뜬 스튜디오 청년창직실험랩엔 공모를 거쳐 선정된 8개 청년단체가 입주했다.

대한민국생생나라 경기수원생생공화국 명패가 붙은 상상공학관 정문 전경.
경기청년문화창작소를 나와 캠퍼스 중심도로를 가로질러 숲속 한켠에 자리 잡은 곳이 ‘상상공학관’이다. 3층짜리 붉은 벽돌의 기존 농공학관을 개조한 ‘상상공학관’은 공식 명칭이 ‘대한민국상상나라 경기수원생생공화국’이다. ‘나라’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자립형 재생산업의 선순환 경제를 실험해 수익까지 창출해 독자적으로 존립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1층에 생활쓰레기를 재활용해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쓸애기 전시장’이 문을 열었고, 도자와 유리, 버려진 천 등 재활용품을 작품화하는 ‘상상실험실’이 준비돼 있다. 2층에는 문화적 상상을 구현시켜 줄 석좌교수급 작가 8인의 교수실 겸 작업실이 마련됐다. 관광 남이섬을 탄생시키고 경기상상캠퍼스 추진위원장을 역임한 강우현과 세계적 북 디자이너인 ‘정병규’ 선생, 호돌이 작가 김현, 가천대 서기훈·숙명여대 김미숙 교수, 판도라TV 김경익 대표와 민음사 대표를 지낸 박상순 시인이 자리를 잡았다. 3층에는 하늘과 맞닿은 ‘하늘 장터’를 꾸몄다.

내년 초에는 리모델링이 한창인 농화학관이 ‘경기상상공작소’란 이름으로 문을 연다. 이곳에는 사진 스튜디오와 디자인 랩, 자전거 랩, 목공 랩, 녹음부스, 양조공방 등이 들어서 제2의 청년문화창작소 역할을 하게 된다. 


청년문화창작소 3층 다사리문화기획실에서 청년들이 멘토링을 받고 있는 모습.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나


청년문화창작소 1층 경기생활문화센터에는 낭만가죽과 만물공작소, 한국버닝문화협회, 감성창작소, 아나바다숍, 사슴나무, 예술무대 산 등 8개 단체가 입주해 손살이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투리 나무공예와 생활소품창작, 가죽공예, 인두화그리기 등을 경험할 수 있고, 어린이책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2층 서둔청소년공간에서는 청소년들이 춤과 연극, 문화기획 등의 활동이 펼쳐진다.

3층 창직실험랩은 현재 출판과 의류제작, 목공예, 가상체험, 미술품콘텐츠 개발, 자전거 식당 등을 주제로 한 8개 청년단체가 입주해 문화예술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과 전문분야를 창출하기 위한 각종 실험이 이루어진다. 

또한 다사리문화기획학교에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문화기획과 인문학 등에 대한 이론과 실기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수시로 운영된다. 상상공학관에서는 8인의 석좌급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이들이 작업 모습을 보기도 하며 강연도 들을 수 있다. 강우현 제주남이섬 대표의 ‘우현 그래픽스전’과 정병규 선생의 ‘아름다운 책’ 전시 등 국내 최고 수준급의 문화예술 전문분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또 1층 상상실험실에서는 도자나 유리, 버려진 천을 이용해 예술적 작품을 만드는 체험교실이 운영된다.

생생나라 공화국 옆 숲에서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지역민과 함께하는 아트 숲속장터 ‘포레포레’가 열린다. 이달 말 토요일인 29일에는 청년문화축제인 ‘청춘불판’이 열린다. 인근 주민들에게 풍성한 문화 콘텐츠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캠퍼스 곳곳에서 거리공연과 콘서트 등도 이어진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