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남칠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26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대한지질학회의 연합학술대회에서 지난달 19일 현재 국가 지하수관측망 401개 관측공에서 지하수위 변동을 분석한 결과 지진 발생 전후로 전혀 다른 형태의 반응을 보이는 관측정이 46개소(11.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예컨대 경산 남산 관측공에서는 9월8일 비가 왔는데도 오히려 다음날부터 지하수위가 내려갔다가 지진 발생 이후 지하수위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9월26일까지 이 지역에는 단 3일 동안 적은 양의 비가 내렸을 뿐인데도 지하수위는 지진 이전과 비교해 훨씬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 비산 관측공에서도 강수량이 적음에도 지하수위 변화가 심하게 나타났고 전남 곡성의 입면과 곡성 관측공, 부산 덕천 관측공, 창녕 성산 관측공도 이상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연구는 지진이 잦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진행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연구 실적이 많지 않다. 외국 연구 결과에서는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반경 237∼506㎞ 지하수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상용 부경대 교수(지구환경과학)도 경북 경주시 산내면 지하수 관측소 자료를 토대로 규모 5.8의 본진과 규모 4.5의 여진(지난달 19일) 발생 하루 이틀 전 지하수 수위가 평소보다 크게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 교수는 “지하수의 비정상적 변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면 국내 지진의 영향지역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진연구와 방재용으로도 지하수 관측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전했다.
경주 지진이 기존에 언급된 양산단층이나 모량단층이 아닌 또다른 신생단층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지진 이후 에너지를 분석한 결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과 비교해 고주파 에너지가 강력하게 발생했다”며 “이는 단층면이 신선하고 거칠다는 뜻으로, 아마 단층이 오래 잠자고 있다 활동을 시작했거나, 아예 새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홍 교수는 “고주파 에너지는 가까운 거리 건축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향후 내진 설계할 때 이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