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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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기록적 폭염, 남해 수온 상승이 원인

연근해 온도와 상관관계 첫 확인 / 해수 온도 상승에 고기압 형성 / 남풍 영향 5∼10일 뒤 폭염 발생
‘폭염 발생 여부가 궁금하면 남해 수온을 확인해라.’

우리나라 남해 온도가 크게 오르면 5∼10일 뒤 한반도에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해 온도는 폭염과 별 관계가 없었다. 한반도 연근해 온도와 폭염의 상관 관계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과 기상청이 공동 수행한 ‘해양 변화에 따른 한반도 연근해 기상, 기후 변화 상관성 연구’에 따르면 폭염 발생 약 1주일 전 남해의 수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1993년부터 2013년까지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염이 발생하기 전에는 일주일 전부터 한반도 남해의 수온이 평년보다 0.3∼0.6도 이상 올라갔다. 여기서 폭염이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폭염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15일 전부터 남해 수온이 평년보다 0.1∼0.3도 오르기 시작하고 이런 온도 상승 영역은 날이 가면서 점차 북진하는 양상을 보였다. 수온이 평년보다 0.5∼0.6도 이상 오르고 이런 현상이 동·서·남해 전역으로 퍼짐과 동시에 한반도에 폭염이 나타났다.

실제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덮친 올여름에도 본격 폭염이 발생하기 전인 7월 초순부터 아열대 서태평양을 비롯한 한반도 남해의 수온이 평년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남해가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동해는 평년보다 수온이 오르더라도 폭염을 부르지는 않았다.

이처럼 유독 남해가 폭염의 예측인자로 작용하는 이유는 남해가 뜨거워지면 그 자리에 고기압이 형성되고 이 고기압이 한반도에 남풍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한반도에 중심을 둔 고기압이 만들어져 구름 없이 햇빛이 내리쬐는 폭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동해 수온이 한반도 폭염과 무관한 것도 남해 고기압과 달리 동해 고기압은 하층 남풍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함 교수는 “연구 결과는 한반도 연근해 수온 변동이 기록적인 폭염과 같은 극한 기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기상이변과 연근해 수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 예보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