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지품은 각자 1kg을 초과할 수 없다. 그외에 모든 것을 버려라."
그러고는 섀클턴 자신부터 먼저 금화와 귀중품들을 눈속에 던져 버렸어요.
섀클턴은 남극 횡단에는 실패합니다. 하지만 27명 대원들은 634일의 탐험기간 동안 영하 30℃의 혹한을 이겨내고 모두 무사귀환합니다. 남극 횡단보다 더 값진 기록이었어요. 전 대원이 살아돌아온 전례가 없었기에 그는 국민 영웅이 되었고, 국왕으로부터 ‘경’의 칭호를 받게 됩니다. 역사가들도 그에게 '위대한 실패'라는 월계관을 선사했습니다.
빙벽에 갇힌 인듀어런스호, 배를 끄는 탐험대원들, 그리고 섀클턴 대장의 모습입니다(시계방향 오른쪽 사진부터). 그런데 배 이름 'Endurance'는 인내, 참을성이라는 뜻이군요. 혹한의 추위를 참아낸 27명의 대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섀클턴이 자신의 아침 식사용 비스킷을 내게 내밀며 먹으라고 했다. 내가 비스킷을 받으면 그는 저녁에도 내게 비스킷을 줄 것이다. 도대체 이 세상 어느 누가 이처럼 관용과 동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죽어도 섀클턴의 그런 마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수천 파운드의 돈으로도 결코 그 한 개의 비스킷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섀클턴은 위기의 순간에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알려줍니다. 탐욕을 비우고 사람으로 채우는 것! 불행히도 정반대의 길을 걸은 비극적 사건이 있습니다. 세월호입니다. 경영진은 화물을 더 많이 싣기 위해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를 빼냈습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먼저였던 것이죠. 304명의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진짜 주범은 바로 탐욕입니다.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길을 찾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최순실 게이트 역시 탐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애국', '순수'라는 단어로 아무리 포장한다고 해도 죄의 뿌리는 '자기 이익', '자기 사람'의 탐욕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부터 자기 이익이란 탐욕을 버려야 합니다. 모든 것을 던져야 합니다. 그러면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국민이 들어설 자리도 생깁니다.
길은 있습니다. 설사 거대한 빙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지라도 길은 있습니다. 섀클턴 대장은 '죽느냐 사느냐' 위기의 순간에 금덩이까지 내던졌습니다. 그러자 사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의 실패는 인류에게 '위대한 성공'이 되었습니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