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해 정윤회 문건 사건을 수사한 뒤 “국정농단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이곳에서 최씨와 장씨의 행적이 드러남에 따라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순실 모녀 소유 평창땅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공동소유한 강원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산191 땅에 토석 채취와 벌목 등 개발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강원도 평창군은 해당 부지의 허가면적 외 지역까지 토석 채취와 절개지를 만든 데 대해 최근 정씨를 초지법과 국토이용계획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평창=연합뉴스 |
◆ 식당 관계자 “둘이서 꼭 룸을 요구”
30일 이 중식당의 전직 관계자 A씨 말에 따르면 최씨와 장씨는 단 둘이서 반드시 ‘룸’을 달라고 했다. 강남의 고급식당임을 감안하더라도 두 명이서 식사를 하는데 굳이 밀폐된 장소를 요구하는 건 의아스러운 행동이다. 장씨는 최씨를 도와 국정개입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본인 역시 동계스포츠 육성을 구실로 정부에서 7억원 가까운 돈을 지원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초 ‘정윤회 문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3년 말의 십상시 모임은 없었고, 또 이를 근거로 국정농단은 근거 없다고 결론내렸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와 조카 장유진씨가 드나든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 모습. 이 식당은 청와대가 작성한 ‘정윤회 문건’에서 정씨를 비롯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 ‘십상시’가 모여 국정을 농단한 곳으로 지목된 장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또 최씨 일가의 모임 성격에 대해서도 새롭게 추적해야 할 실마리도 나왔다.
강남의 B중식당에서 2000년대 중후반 최씨와 전 남편인 정윤회, 딸 정유라(20·개명 전 유연)는 물론이고 언니인 최순득(64), 조카 장씨, 형부인 장모씨가 한 달에 1∼2번씩 모임을 가졌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 일가의 가족모임이 그 후로 어디서 얼마나 지속됐는지, 또한 최씨 일가 모임에서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국사의 중대 사안이 논의됐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 최씨와 언니 순득씨가 실세라는 말은 일찌감치 흘러나왔던 얘기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들 자매의 구체적인 행적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014년 말까지는 오히려 최씨 남편 정윤회씨의 이름이 더 오르내렸다. 최씨 자매는 증거를 남기지 않았지만 정씨는 여러 대외활동을 통해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를 미워할 것”이란 증언을 청와대 관계자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정씨는 어느 시점에서 실각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원래는 정씨가 대외적인 측면을 도맡았으나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2014년 초 정씨에 대한 감찰에 나서며 입지가 좁아지자 최씨가 정씨를 대신해 전면에 나선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정씨 아버지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며느리인 최씨의 미움을 사서 아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졌다”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관계를 모르는 청와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그러나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태영·이창수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