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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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총리 중심의 리더십으로 비상 시국 수습해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단행
여야 합의로 총리 인선해
국정 현안 주도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어제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이원종 비서실장을 비롯해 안종범 정책조정, 우병우 민정, 김재원 정무, 김성우 홍보 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권 초부터 비선 실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물러났다. 대통령 지시로 사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에 개편 인사를 단행한 것은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박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상임고문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한 데 이어 어제 시민사회 원로 10여명과 면담을 가졌다. 이들의 조언과 청와대 담장 밖의 여론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그제 밤늦도록 광화문 광장에 넘실대던 촛불 대열과 ‘퇴진하라’는 시위대 함성을 들었을 것이다. 참담하게 무너진 국가 리더십을 세우려면 대통령의 뼈를 깎는 쇄신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 인적 개편은 그 시작일 뿐이다.

이번 파문의 핵심은 대통령에 있다. 최씨 같은 ‘비선’에 기대 국정을 운영한 대통령의 지도력, 자질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측근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수습될 국면이 아니다. 1년4개월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을 정상적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대통령에 촉구했다.

새 총리와 내각을 중심으로 비상 시국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데 여야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여야는 정치적 이해 득실을 따지지 말고 국가 비상 사태에 버금가는 합의 정신을 보여야 한다. 우선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현안을 진두지휘할 총리 인선이 시급하다. 내년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등과 같은 정치인이 거론되는 건 또 다른 분란만 키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농단한 권력을 새 총리·내각과 국회에 내놓아야 한다. 새 총리는 현행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 각료해임건의권 등은 물론 여소야대 국회의 국정 파트너로서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국민을 실망시킨 대통령은 더 이상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없다. 여야도 국정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