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대출을 해줬으며, 이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해준 대가로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소문이 세간에 파다하다. 그러나 하나은행 측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일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정씨에게 강원도 평창 일대의 땅 23만㎡를 담보로 최고 28만9200유로(한화 약 3억6000만원)까지 보증하는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해줬다.
정씨는 이 보증서를 바탕으로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25만유로(한화 약 3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정씨와 그의 모친 최씨는 이 돈으로 독일에서 호텔, 주택 등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중심은 외화지급보증서가 개인에게 발급됐다는 점.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지급보증서는 주로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수단”이라며 “정씨같은 19세 개인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케이스는 처음 듣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국회의원은 “최씨 모녀는 송금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외화지급보증서라는 편법을 썼다”며 “하나은행이 이를 도와 특혜대출을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지극히 일반적인 거래”라면서 ‘특혜대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화지급보증서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얼마든지 발급 가능하다”며 “현재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고객 6975명 중 개인고객이 802명(11.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의 경우 한국은행의 ‘보증계약신고필증’을 기반으로 적법하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행한 것”이라며 “결코 이례적인 거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또 “최씨와 정씨의 편의를 봐준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 최근 임원으로 승진했다”며 “최씨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독일법인장 이모씨는 올해 1월 귀국해 강남지역의 지점장이 됐다가 7월 임원으로 승진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씨의 임원 승진은 풍부한 해외경력과 우수한 영업실적 등이 고려된 결과”라면서 “오직 은행 내부의 원칙에 따라 적정한 절차를 거쳐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외부의 힘’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최씨 및 정씨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에 대해 진행 중인 종합검사 기간을 연장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하나은행은 이 역시 부인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초 지난 26일 끝날 예정이었던 종합검사가 1주일 연장되긴 했지만, 최씨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지 기존 검사에서 미진했던 부분에 대한 추가 검사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며 “이미 금감원 인력은 최소한의 숫자만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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