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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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최순실'에 적용되는 혐의는

태블릿 PC에 각종 기밀문서… 국정 좌지우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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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에게는 크게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과 기금 유용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농단 의혹,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 크게 3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여기에 최씨가 재산을 해외로 옮기거나 딸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4번째 혐의도 일부 드러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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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

검찰은 최씨 본인의 주된 혐의 외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공직자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의 공범일 가능성까지 염두해 두고 수사 중이다. 검찰이 안 전 수석과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 소환조사를 목전에 두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세상에 드러난 대통령 문건 유출 의혹은 검찰과 청와대 모두 부담을 느끼는 대목이다. 특히 최씨의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포함해 외교·안보 관련 기밀 등 각종 문서가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최씨에게)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며 문건 중 일부분을 최씨에게 보여줬다는 의혹을 일부 시인한 바 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률은 이를 무단으로 유출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전달해 검토를 부탁한 연설문 초안도 대통령 본인과 연설비서관 등 보좌진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작성한 것이므로 법률상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이 사안은 박 대통령 지시로 연설문 초안을 측근인 최씨한테 보내 검토를 요청한 것인 만큼 불법적인 ‘유출’로 볼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이 연설문 작성 등과 관련해 청와대 공식 보좌진이 아닌 개인에게 검토를 맡긴 것이 정치적·도덕적 논란의 소지는 될 수 있어도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 저장된 각종 파일들.
박 대통령 지시를 받고 최씨에게 연설문 초안 등을 파일로 제공한 비서관 등에게 유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와 관련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최고 책임자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실무자는 면책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연설문 초안이 담긴 파일을 청와대 외부로 반출해 최씨에게 건넨 행위 자체는 명백히 불법이란 입장이 맞서고 있다.

문건 유출과 관련해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정 전 비서관을 출국금지한 검찰은 조만간 그를 소환해 최씨의 문건 유출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실관계 확정 후 법리 검토를 거쳐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내 사무실도 이틀에 걸쳐 압수수색했으며 현재 종이상자 7개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중이다.

◆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최순실씨의 주된 국정개입 의혹 중 하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K스포츠재단 기금 일부를 빼내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재단 일감을 자신이 소유한 더블루K와 비덱코리아에 몰아주도록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확산의 불을 댕긴 것도 바로 이들 재단 문제였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 한때 최씨와 일하다 등지게 된 인사들의 폭로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두 재단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순식간에 770억원대의 대기업 출연금을 끌어 모으는 과정에서 안 전 수석 등 청와대의 압력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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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경련 주도로 모금했다’는 주장을 해 온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불러 석연찮은 모금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한 바 있다. 두 재단이 정당한 승인 없이 기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최씨에게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박근혜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돼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3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울먹이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또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세운 개인회사 더블루K와 비덱코리아를 통해 재단 기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두 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최씨 측을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진 안 전 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안 전 수석과 김 전 차관 등 연루 의혹 당사자들은 “최씨를 모른다”거나 “제기된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며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출국금지 조치한 안 전 수석 등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대기업을 압박해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 등을 집중 규명할 방침이다.

300억원대 부동산 자산가로 알려진 최씨의 정확한 재산 규모와 형성 경위, 딸 정유라씨 불법 증여 여부 등도 수사 대상이다. 딸과 함께 독일에 장기 체류할 계획이었던 최씨가 현지 생활기반 마련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신고하지 않은 채 들고 나갔다면 외환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독일 주택을 딸 정씨 명의로 구입한 부분도 증여세 탈루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3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학사관리 의혹과 관련한 특별감사를 위해 감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 정유라 이대 부정입학 의혹

국정농단,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과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은 최순실(60)씨의 딸 승마선수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관련한 의혹들이다.

이화여대는 정씨가 원서 접수기간이 지난 뒤 획득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인정해 그를 체육특기생으로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지도교수 등 학교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찌감치 불거졌다. 이화여대는 최씨의 딸을 ‘모신’ 대가로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 사업 9개 가운데 8개를 따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정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이후에는 석연찮은 학사관리를 놓고 의문이 증폭됐다.

특혜 의혹은 입학 과정은 물론 출결, 학점 취득 등 사실상 전 학사과정에 걸쳐 있다. 정씨가 입학한 지난해 갑자기 정씨의 전공인 승마가 체육특기생 지원 종목으로 추가됐다. 그는 1학기 학사경고를 받고 2학기엔 휴학했지만 같은 해 6월 ‘총장이 인정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학점을 줄 수 있다’는 학칙 개정안 소급 적용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이에 따라 정씨는 지난해까지는 평점 0.11로 제적 위기에 내몰렸다가 올해 1학기 성적이 2.27로 껑충 뛰었다. 이미 교육부가 이대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정씨의 입학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은 물론 교육부가 이대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닌지까지 철저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씨는 고교 시절에도 승마 연습과 경기 출전 등으로 학교 출석일수가 부족했는데도 정상적으로 졸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최씨가 딸의 교사를 만나 돈봉투를 건네려 했다는 뇌물공여 의혹을 수사 중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