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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대책이 정공법 대신 미봉책으로 일관했다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진다.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구조조정 의지는 퇴색한 채 공공선박 발주를 통한 ‘생명 연장’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부가 1년여에 걸친 논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 없이 경제난제를 차기 정부로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부처 합동 브리핑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두번째)이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 1차관,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연합뉴스 |
이날 정부가 내놓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핵심은 대우조선의 생존을 포함한 ‘빅3 체제’의 유지다. 정부는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까지 250척 이상, 11조원 규모의 발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정부는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국제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개혁에 매진해 왔다”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엄정한 손실분담 원칙 아래에 기업 체질 개선을 유도해 왔는데, 앞으로도 당사자 책임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50척 이상의 공공선박 발주를 추진하는 대신 조선업체들의 고강도 자구노력을 엄밀히 점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조선업 침체로 위기에 빠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선사·협력업체가 밀집한 경남·울산·전남·부산·전북권 등 5개 권역에 2조7000억원을 지원한다.
◆업계 “구조조정 빠진 맹탕 대책” 비판
조선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구조조정 방안은 현 정부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빅3’를 포함한 조선산업 전체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이 과정에서 3사는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 ‘수주절벽’을 타개할 자구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조선업계의 분할·합병 등 큰 폭의 산업 재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조선 3사 부실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받아온 해양플랜트에 대해서도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수익성 평가를 대폭 강화해 과잉·저가 수주를 방지한다”는 원론적인 대책에 그쳤다.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사업은 철수가 아니라 축소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 내부 의견 조율도 쉽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빅2 재편’을 지지하는 반면에 금융위원회는 ‘빅3 유지’를 주장하면서 논의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만기 산업부 1차관은 “한 번도 대우조선을 정리하고 ‘2강’으로 가자는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대우조선이 경쟁력 있는 분야를 확보하고, 회생을 빨리할 수 있는 방법론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대해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레임덕이 본격화되면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악습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채이배·박지원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으로 구성된 ‘조선산업 발전 국회의원 모임’은 “단순히 설비와 인력을 줄이는 정도로 박근혜정부의 임기를 버틴 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차기 정권으로 떠넘겨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