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이런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가 발생했을까. 박 대통령의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인 리더십이 ‘괴물’ 최순실을 키웠다.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 알렉산더 조지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대통령의 개성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이런 개성은 대통령이 어떤 사회화 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박 대통령은 아주 기이하고 독특한 사회화 과정을 겪었다. 행정이 정치를 압살하던 유신 시절에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웠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정치는 비생산적이고,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정치보다 통치에 의존하고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
박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하기 싫은 것도 하게끔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이 요체다. 반면 리더십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은 권력에만 의존해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했다. 권력이 있어야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리더십은 강제력, 명령, 지시가 아니라 소통, 배려, 설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협치도 생기고 통합도 이뤄진다.
최순실 사태가 주는 교훈은 대통령이 불통에서 소통으로, 은둔에서 투명으로, 통치에서 협치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루는 만기친람에서 벗어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총리제라는 새로운 국정 운영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무위원을 제청하고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국무총리와 장관이 소신과 권한을 갖고 국정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의 핵심이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은 대통령은 개혁, 총리는 의전을 담당하며 청와대가 내각을 통할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구태의연한 모델로는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대통령은 통합, 총리는 개혁을 담당하며 내각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는 새 통치 모델이 필요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