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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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원들 윽박 질러가며 자리 연연하는 친박 지도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 5명은 어제 긴급 회동을 갖고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며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비박계 중진 의원 21명은 회의후 이 대표 사퇴를 설득키로 했다. 친박계도 속속 돌아서 지도부 사퇴론이 확산 중이다.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 참여자는 21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합류한 이진복·여상규 의원 등 4명은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친박 주류가 갈라지면서 ‘탈박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과 “청와대를 견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감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이정현 대표는 그러나 “당 대표의 책임감이란 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금 사퇴론의 대세에 저항하는 건 이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극소수 강성 친박계뿐이다. 지난 4·13 총선 공천에서 보듯이 패권주의를 앞세워 계파 이익을 챙기는 데 앞장선 장본인들이다. 이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비박계와 맞서 끝까지 당권을 지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도부가 의원들을 회유·협박하며 의사 표현을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당권에만 집착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몰염치하다.

친박 세력은 지난 4년간 대통령에 기대 당·정·청 요직을 독식하며 단물만 빨아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패거리처럼 몰려다니며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고 제 잇속만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눈치만 살폈던 친박으로선 최순실 파문의 방조자란 소리를 들어도 당연한 처지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 대표 등이 최씨를 모른다고 한 데 대해 “거짓말”이라고 했다. “친박들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것이다.

이 대표와 친박계가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폐족’ 선언과 함께 정치 전면에서 즉각 퇴장해야 한다. 지도부 사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래야 국정을 전면 쇄신해 성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앞으로 여야 간에 국정 정상화를 위한 합의 등 할 일이 쌓여 있다. 새 국무총리 추천은 관건이다. 친박이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친박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해 국정 수습을 지연시킨다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