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최씨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배치 지역 변경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2014년 6월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공개석상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도입을 미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언급한 뒤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했다.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대형 무기도입사업과 안보정책에도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차기전투기(F-X) 기종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위)와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것만이 아니다.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에서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으로 변경하게 된 것도 박 대통령이 성주 주민과의 만남에서 대체부지를 찾아보겠다는 식의 의사를 전달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사드 배치 최적지로 성산포대를 고수하던 군 당국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사드 배치 논의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대통령 연설문을 최씨가 주무른 것으로 알려진 점에 비춰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주둔 지역을 정하는 데 최씨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최씨가 사드 배치 추진에 개입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발표 시기 등과 관련해 대통령 마음을 움직였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여운을 남겼다.
3년 전 차기 전투기(F-X) 3차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F-X는 공군이 보유한 F-4 등 노후 전투기들을 대체하는 7조3000억원대의 대형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2013년 8월 보잉사의 F-15SE로 점찍었다가 한 달 뒤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로 바꿨다. 의혹의 핵심은 이 과정에서 최씨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종이 변경된 과정이 석연치 않아서다. F-X로는 F-35A와 F-15SE,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기종이 경쟁했다. F-15SE와 유로파이터는 F-X 평가 핵심 항목인 가격과 기술이전 측면에서 군의 요구를 충족했으나 F-35A는 미달했다.
방위사업청은 F-35A를 제외하고 F-15SE와 유로파이터 2개 기종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다 2013년 8월 F-15SE로 압축했다. 그러나 역대 공군총장 17명이 F-15SE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작성해 국회와 청와대, 국방부에 전달하며 분위기는 반전됐고, 결국 F-35A가 낙점됐다. F-X 사업에 참여했던 전직 방사청 관계자는 “전투기 60대를 살 돈으로 F-35A 40대만 구매한 데다 록히드마틴이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 이전과 관련해 말을 바꿨는데도 정부가 어물쩍 넘어간 데는 석연치 못한 구석이 적지 않다”면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씨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에게서 전화를 받은 일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4년 만에 재추진키로 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마찬가지다. 최씨 국정농단 의혹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민 여론이 좋지 않고 야권이 반발하고 있어 연내 협정 체결이 힘들 듯하다”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