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어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난장판이 됐다. 이정현 대표와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감정 섞인 언쟁을 벌였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의 사퇴 요구에 “무슨 내가 도둑질이나 해먹은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말하는데, 적절치 않다”고 발끈했다. 비박계는 대통령 사죄와 수사 자청 등을 주문했으나 친박계는 이 대표 엄호에만 열 올렸다. 회의는 중간에 개각 소식이 전해지자 흐지부지 끝났다. 허탈한 참석자들은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며 자리를 떴다. 친박 지도부도 사전에 개각 사실을 몰랐던 눈치였다. 사태 수습 능력과 의지가 없는 데다 청와대의 외면까지 받는 게 여당 처지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친박계 맏형이라는 서청원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박 중진들에게 “이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건 전쟁하자는 것”이라며 “전쟁하자. 너희는 김무성 당 대표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과 31일 친박계 핵심 의원들 모임에선 ‘최순실 구속은 불가피하지만 우리가 정국 구심점 역할을 잃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서 의원, 최경환·홍문종·조원진·이장우 의원 등 강성 친박이 참석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전쟁까지 불사하며 당권을 챙기려는 친박계의 권력욕에 말문이 막힌다. 서 의원은 물론 실세 노릇을 하던 최 의원도 어제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의원 50여명이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요구한 의원총회가 내일 열린다. 친박이 버티면 계파 간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비박계는 의총 결과에 따라 연판장 돌리기 등 후속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내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예방책은 나와 있다. 친박이 물러나는 것이다. 최순실 파문을 방조한 건 도둑질보다 더 큰 잘못이라는 게 여론이다.
국정 공백의 폐해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안보·경제 쌍끌이 위기에다 야권이 대통령 하야를 본격 거론해 국민 불안은 가중될 터다. 이럴 때일수록 집권당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지만 계파 싸움에 골몰하느라 기둥이 뽑히고 서까래가 무너져 내려 폐허 꼴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사설] 이 난국에 계파 싸움 날 새우는 새누리 집권당 맞나
기사입력 2016-11-03 01:18:28
기사수정 2016-11-03 01: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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