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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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로 잘못된 정치 치료해야”

박진현 검사, 국정농단 수사 촉구… “국기문란 구조적 원인 밝히고 국민 희망 살릴 계기 마련해야”
현직 검사가 현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건을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는 촉구문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진현(43·사법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검찰의 칼로써 잘못된 정치, 관료 시스템과 풍토를 치료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작성했다.

박 검사는 “이번 수사는 정치 시스템의 정상 회복과 유지를 위해 직접 국민에 책임져야 할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포괄수사를 통해 개인적 범죄를 밝히고 나아가 이런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가 버젓이 유지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에 타협하고 부정을 이용하며 그에 편승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취득·유지하는 일부 잘못된 정치, 관료 문화를 바꾸고 국민의 사그라진 희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행위 자체도 어이없지만 그런 사람이 수년간 여러 공직자를 통해 국정농단을 자행하면서도 언론 보도 이전까지 전혀 견제되지 않은 채 더욱 깊숙이 곪아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던 우리 정치 풍토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 “평등과 정의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청와대, 정부, 대학 등 여러 분야에서 몇몇 분들은 심각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하거나 타협·용인하고, 더 나아가 부정에 편승하여 자신의 안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 더욱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박 검사는 “어느 정권이든 비선실세가 존재한다지만 이번처럼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 대통령의 전적 신임을 받아 주무 부처의 우위에 서서 자신과 측근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 및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주요 정책에 접근하며 한 사람을 위해 입시 제도를 바꾸고 학사 평가에 대한 부당한 혜택을 받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역사를 상당 부분 후퇴시켰고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특히 가진 것 없이 순수한 젊은이들과 어렵게 삶을 극복하는 힘없는 서민들의 희망과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