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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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의혹’ 남아공 대통령 하야 위기

재벌가 입맛 맞춰 장관 인사설 / 민심 폭발… 수천명 시위 행진
“인도 출신 재벌이 우리나라(남아프리카공화국) 장관 인사에까지 개입한다는 게 말이 되나.”

2009년 취임 이후 각종 부패의혹이 불거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제이콥 주마(사진) 대통령이 이번에는 재벌가 입맛대로 장관과 국영기업 임원인사를 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부패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하야 위기에 내몰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들은 주마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임박했다고 내다봤다.

넬슨 만델라가 세운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인 주마 대통령은 취임 후 뇌물·성폭행 등 갖가지 부패스캔들에 휘말려 왔다. 하지만 ANC를 등에 업고 2014년 연임까지 성공했다. 외신들은 하지만 ANC 내부에서조차 ‘주마 대통령에게 더 이상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고, 특히 국민들이 하야를 촉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서는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이 정부 청사로 행진하며 주마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시위대는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행진했고,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근접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 등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전날에는 성직자, 사업가, 원로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주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남아공 민심이 폭발한 것은 전 국민권익위원장인 툴리 마돈셀라가 작성한 355쪽짜리 ‘부패보고서’가 공개되면서부터다. 보고서에는 주마 대통령과 인도 출신 재벌 라제시 쿱타와의 유착 내용 등이 담겼다.

실제 데이비드 반 루옌이 재무장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굽타의 거주지를 여러번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주마 대통령이 재벌 눈치를 보며 국정을 펼쳤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마 대통령은 2014년 고향집 개보수에 국고 2억1600만랜드(약 180억원)를 사용했는데, 대부분 보안 등과 무관한 사적 증축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