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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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순실, 기무사령관 인사까지 개입했나

린다 김과 친분설… 안보분야 드리운 ‘그림자 실세’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0)씨가 자주국방의 상징과도 같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등 방위산업 쪽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씨가 청와대와 문화·체육계뿐만 아니라 안보분야에까지 깊숙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씨의 방산 의혹은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오른쪽 사진)과의 친분관계에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복수의 방산업계 인사는 린다 김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씨와 가까운 사이임을 자주 들먹거렸다고 전했다. 한 인사는 “린다 김이 방위사업 로비를 위해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씨에게 접근해 협력관계를 맺은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얼마 뒤 최씨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려는 뜻을 내비치면서 경쟁관계로 바뀌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 사업자 선정과정뿐만 아니라 군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인 차기전투기(F-X) 도입 과정에도 연루된 정황이 야권에서 폭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공군이 보유한 F-4 등 낡은 전투기 대체를 위해 7조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F-X사업과 관련해 국방부가 보잉사의 F-15SE 대신 록히드마틴의 F-35A를 선정하도록 최씨가 압박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소속 한 야당 의원 측은 “우리 군이 애초 F-15SE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국방부 당국자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들에게 연락해 부결을 요구했고, 2개월 뒤 F-35가 최종 결정됐다”며 “(박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최씨가 개입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는 반응이다. “당시 전투기를 사용하게 될 공군이 F-35를 원했고, 역대 공군참모총장들도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기종 교체를 요구했다”며 “당시 최씨 등이 로비를 한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최씨의 군 인사 개입설도 뒷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육사 37기 동기생인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경질성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사령관은 2013년 10월 기무사령관으로 부임했다가 1년 만인 2014년 10월 돌연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사실상 좌천된 후 지난해 군복을 벗었다. 기무사령관은 최소 1년6개월가량 자리를 유지하는데 최씨가 박 회장의 군내 라인을 밀어내고자 관행에 어긋난 인사를 밀어붙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새 정부 통일부 장관 후보로 유력했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갑자기 인수위를 떠난 경위를 두고서도 최씨 측의 압력설이 나돈다. 남북관계 유화론자로 알려진 최 교수를 최씨 측에서 탐탁지 않게 여겼을 것이란 얘기다.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했던 이명박정부도 폐쇄하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주창한 박근혜정부가 전격 폐쇄한 과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의 안보분야 국정농단 의혹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처럼 최씨를 직·간접적으로 물밑 지원한 군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