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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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혼란에 경제는 또 뒷전… 리더십 공백 장기화 우려

임종룡 부총리 임명까지 험로
격랑 속에 놓인 한국 경제호가 ‘컨트롤타워’ 부재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새 경제부총리로 내정됐지만, 현 정치 상황으로 볼 때 실제 임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는 “물러날 때까지 흔들림 없이 일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질’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영(令)이 제대로 설리 없다. 세종시 관가는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로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주요 부처 공무원들은 개각 파문과 후속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이러다보니 현직과 신임 부총리 모두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이끌 ‘컨트롤타워’로 임 후보자를 세웠지만, 오히려 정치 논리에 휘말려 리더십 공백 사태를 초래한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위기의식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배전의 노력을 했지만, 어려운 시국에 숙제만 남기고 떠나는 것 같다”며 “물러나는 날까지 흔들림 없이, 국민 걱정 끼치지 않도록 일하겠다”고 말했다.

새 부총리가 공식 임명될 때까지 경제정책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질을 당한 유 부총리로서는 대내외 경제 변화에 긴밀히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유일호(왼쪽 뒷모습)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그 맞은 편에서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유 부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이날 “벌써부터 공무원들 사이에는 임 위원장이 부총리로 올 경우 미치게 될 인사이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경제 정책은 시스템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대책이나 대내외 리스크에 대처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정치상황에 비춰볼 때 임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부총리에 임명되기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첫 경제수장인 현오석 전 부총리는 내정부터 취임까지 33일이 걸렸고, 최경환 전 부총리와 유일호 현 부총리도 각각 27일, 22일이 소요됐다. 점점 소요기간이 짧아졌지만, 임 후보자 취임은 상황이 다르다. 야당이 개각 절차 등을 문제 삼아 청문회 거부를 고수하고 있어 그 시간이 더 길어질 공산이 크다.

새 부총리 취임이 늦어질수록 정책 공백 문제는 커진다. 당장 이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따른 모니터링과 후속조치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8일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결과에 따라 대외경제정책을 수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밖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부동산 시장 변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안요인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다음달 중 발표되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도 발등의 불이다. 기재부는 이번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박근혜 정부 마지막해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수출 부진 등 난관을 타개할 큰 그림이 나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도, 새 부총리가 이 과정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임 후보자는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정책은 진정성과 일관성, 신속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향후 경제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정책을 만들 때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만들지만, 만들어진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후보자가 앞으로 경제사령탑으로 제대로 역할을 할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임 후보자의 개인적인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현 정국에서는 여야 합의 하에 경제정책을 정치적 측면과 독립시켜야 일관성 있게 나아갈 수 있다”며 “여야 간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경제정책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우중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