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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할 때 안 수석이 없으면 꼭 찾았다고 한다. 그만큼 믿고 기댔다는 얘기다. 통화는 툭하면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회의. 안 수석은 전화 받느라 자주 자리를 떴다. 비서실장은 누구 때문인지를 알기에 묵인했다. 다른 수석이라면 어려운 일이다. 회의는 안 수석이 들어와야 다시 진행됐다고 한다.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10월 21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
성대 교수였던 안종범은 박 대통령 덕분에 19대 국회 금배지(비례대표)를 달았다. 2014년 6월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2년 간 일하면서 경제정책을 주물렀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보다 입김이 세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5월엔 수석 중 서열 1위인 정책조정수석을 맡았다. ‘왕수석’ 노릇을 하며 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했다. 그렇게 권세를 누려놓고는 주군의 등에 칼을 꽂으려 한다.
박 대통령이 아끼는 대표 여성 정치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기자들과 만나면 박 대통령과 수시로 대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의 사항을 박 대통령이 잘 받아들이도록 전달하는 ‘소통 팁’도 알려줬다.
조윤선 장관과 기념촬영하는 박 대통령 |
‘박근혜 사람들’이 최순실 정국에서 속속 변절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배신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권력 무상이다.
친박계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충성 경쟁에 골몰했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 ‘신박’으로 변신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든든하다”고 기뻐했다.
최경환 의원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 오찬에서 함께 자리한 서청원·원유철 의원 등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사드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
박 대통령이 두 재단 모금을 지시했더라도 안 전 수석이 직을 걸고 “그래선 안된다”고 진언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청와대 정무,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다른 측근들도 가세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정권이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바른 말을 못했다. 모두 최씨를 몰랐다고 하는데, 책임 회피 아니면 무능 고백이다. 그렇다고 이들 탓만 할 수 없다. 결국 박 대통령 자업자득이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부르짖었던 ‘진실한’ 사람들은 없었다. 다 내쫓았기 때문이다.
허범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