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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 도와줄 사람 마땅치 않아 도움 받고 왕래하게 돼”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과거 인연과 의혹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이날 담화문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 수정, 안보·외교 자료 사전 열람, 부처 인사 개입뿐만 아니라 청와대 출입도 자유롭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홀로 살며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고, 왕래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씨의 청와대 출입 의혹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씨의 인사 개입 의혹과 각종 이권 개입에 대해서도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자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의 대형 전광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가 방송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이번 파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이미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시로 모금이 진행됐다”, “재벌 회장들과 만나 자금지원을 부탁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어 이 부분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하다”며 기업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해명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 수사 결과 잘못이 드러나면 누구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빚어진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도 거듭 피력했다.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며 “대통령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사회 각계의 원로 분들과 종교 지도자 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며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