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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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다시 사과… 박 대통령 출구 여전히 '캄캄'

‘책임총리 권한 위임’ 일체 언급없어… 정국 수습 의지 의심/ 첫 사과 이후 수습안 모두 미흡 / 김병준 총리 기용 반전카드 꼬여… 여야 대표 회동도 성사 불투명 / 일각 “국정 협조를 일방적 요청”… 청선 “총리 내정자와 이미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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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검찰·특검 조사 수용 의사를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2차 대국민사과로도 이번 파문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대표 회동도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첫 사과 이후 열흘 만에 다시 입장을 표명한 것은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 혼란스런 국정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지율이 5%까지 추락하며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의 대형 전광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가 방송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첫 사과 이후 다양한 수습안을 내놓았지만 미흡했다. 오히려 반전 카드로 내놓은 김병준 국무총리 기용마저 야권 반발에 부딪쳐 정국은 더욱 꼬였다. 특히 검찰 수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먼저 나서 검찰수사 수용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굳은 참모진 청와대 참모진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를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럼에도 정작 박 대통령의 국정 수습 의지와 진정성을 가늠할 책임총리 보장과 권한 위임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것이다. 야당이 책임총리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에서는 김 내정자에게 대폭적인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공개 선언이 있어야 정국 수습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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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여전히 주도적인 국정운영 의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책임총리제에 대한 언급 없이 “성장동력은 꺼트리지 말아 달라”, “정부 본연의 기능은 회복되어야만 한다”고 말한 대목은 국정 운영에 대한 일방적인 협조 요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총리 내정자와 협의하고 그 뜻을 전했으며, 박 대통령 의지는 확고하다”며 이 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이날 담화 초점은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하고, 검찰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데 있기 때문에 책임총리제를 언급할 경우 대통령 메시지가 중복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말 죄송”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쳐드려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따라서 여야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이 성사되면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책임총리와 거국내각, 권력분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여야 대표회담 역시 현재로선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은 3대 선결조건(별도특검과 국정조사, 총리 지명 철회, 국정 2선 후퇴 및 국회추천 총리 수용)을 내세우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정국 수습과 민심 안정을 위해서는 제1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만약 여야 대표 회동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의 구상이 표류하며 더 큰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