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4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진심어린 용서를 구했다”고 평가하며 잔뜩 몸을 낮췄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사과와는 별개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염동렬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까지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내려놓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강한 의지와 진정성을 담은 호소”라며 “난국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조로 임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야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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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앞줄 왼쪽 세번째)와 정진석 원내대표(앞줄 왼쪽 네번째)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고개 숙여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박 대통령에 이어 당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은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새누리당은 사과문을 통해 “당 소속 의원 모두가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임을 절감했다”며 “이 상황을 미리 막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사즉생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국민께서 용서하실 때까지 계속 사죄하고 기다리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비박계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도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민이 듣고 싶은 모든 진실을 고백하지 않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며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엔 크게 모자랐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사과와 별개로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당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비박계 5선의 정병국 의원은 논평을 통해 “국정을 이 지경까지 방치한 새누리당도 함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수습의 길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도 “검찰 수사를 받아들인 것은 평가하지만, 대통령의 사과와 새누리당의 쇄신은 별개”라며 “당의 색깔을 바꾸고 쇄신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 지도부는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하루라도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수습은 해놓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날 오후 비박계 의원들의 요구로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지도부 거취 문제를 놓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저는 2004년 박 대통령을 처음 뵙고 그때부터 모시기 시작하면서 이 순간까지 함께 모든 정치를 해온 친박으로 어떤 누구보다 죄가 크고 무겁다”며 “어떤 정치적 책임도 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