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박 대통령 두번째 사과… 야당 혹평 속 미묘한 온도차

민주 “개인 반성문 불과” … 국민의당 “세번째 사과 부를 것”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도 등돌린 야권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권은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해 “개인 반성문에 불과했다”고 혹평하며 정권퇴진운동을 시사하는 등 초강경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총리 내정 철회와 국회추천 총리 후보자 수용,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도입을 국정 정상화 논의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3대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추천 총리 수용, 국정조사, 별도 특검이 수용되지 않으면 정권퇴진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는 결과적으로 민주당 내부를 더 격앙시킨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최씨 국정농단을 최씨 개인의 문제로 한정했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비공개 의원총회는 “결국 대통령이 계속 다 해먹겠다는 것”,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는 등 박 대통령 성토장을 방불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담화는) 분노하는 민심에는 전혀 대답이 되지 못했고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이어 “국정을 붕괴시킨 뿌리가 대통령 자신임을 조금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TV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를 비판하면서도 일부 발언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 민주당과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이렇게 말해 세 번째 사과를 요구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위원장은 미르재단 출범의 정당성을 주장한 박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국민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수용한 대목 등 일부 내용에 대해선 긍정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자신도 수사에 임할 것이며 특검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 등 국민의당 내 적잖은 의원들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있음에도 박 위원장은 이날 정권퇴진운동이나 하야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이 영수회담에 긍정 입장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5일로 예정된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과 연이은 정권퇴진 촛불집회가 야권의 대여 투쟁 강도를 결정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와 박 위원장 모두 공동장례위원장을 맡고 있어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촛불 민심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당의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날씨가 추워지고 (대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민심을 모으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