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검찰이 자초했다. 한 시민단체는 지난 9월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배후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이 짙었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일반 형사부에 배당하고 검사 3명이 맡도록 했다. 당연히 기초 조사에만 1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금 유용 등 위법행위는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자 비로소 관련자 통화내역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착잡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 수용 의사를 비친 4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착잡한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특검이 국회 논의를 거쳐 정식으로 출범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지금으로선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이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며 특별수사본부 검사를 무려 32명으로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사들은 인사에 예민한 만큼 인사권자(대통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선 수사도 움츠러들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이 다가오는 검찰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명시적인 선언을 해야 수사 공정성 시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