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현직 대통령의 검찰 수사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조사 방식과 수사 일정 등에 관한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면이나 방문조사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국민 여론이 몹시 나쁘고 박 대통령도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소환조사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두 번째 대국민사과 담화를 한 4일 서울 용산 전자랜드의 TV매장에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담화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현재 검찰은 검사를 청와대로 보내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문조사 방식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조사는 현직 국가원수의 경호상 부담이 너무 크고 서면조사는 부실수사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실제로 검찰은 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이은 국가 의전서열 2위인 현직 국회의장을 두 차례 방문조사한 전례가 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7년 김수한 당시 국회의장이 한보그룹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중수부 과장 등 검사 2명을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보내 조사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에는 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 역시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검찰의 방문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안1부장 등 검사 3명을 보내 조사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가 적지 않은 데다 조사할 내용이 많아 소환조사 방안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근 측근에게 ‘재단의 대기업 상대 모금은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현재 박 대통령는 안 전 수석을 통해 대기업들에 재단 기금 출연을 요구한 의혹, 전날 긴급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문건을 유출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연설·홍보 분야에서 최씨 도움을 받은 적 있다”, “최씨와의 인연을 믿고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는 등 최씨와의 친분관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단 기금 모금에 대해선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조계 안팍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씨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만큼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국회에 의한 탄핵을 요구하는 등 국민 여론이 악화한 점도 변수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 대회 등을 통한 반대 여론 결집을 의식한 검찰과 청와대가 민심 수습용으로 소환조사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