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브라운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 홈페이지 |
댄 코스타. |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로사에 있는 존 애쉬 앤(John Ash & Co.) 레스토랑에서 매니저와 소믈리에로 일하던 두 젊은이 댄 코스타(Dan Kosta)와 마이클 브라운(Michel Browne)은 어느 날 최고의 피노 누아 와인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당시만해도 미국 피노 누아는 가벼운 스타일에 품질이 떨어져 손님들이 대부분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만 찾았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매일 받은 팁중 10달러씩 차곡차곡 모아 1300달러쯤 모인 1997년 피노 누아 품종 0.5t과 아주 낡은 충전식 분쇄기, 중고 오크통을 구입합니다. 이들은 뒤 졸린 눈을 비비면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해 와인을 빚기 시작했답니다. 둘의 나이 25살과 29살때입니다. 그해에 한배럴의 피노 누아를 만들었는데 제법 괜찮아 사업을 계속 이어갈수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이클 브라운. |
결국 둘의 노력은 2002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코스타 브라운 칸즐러 피노 누아 2002’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평론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로부터 93점을 받습니다. 신선하면서도 풍부하고 깊은 과실 풍미가 호평을 받은 코스타 브라운 와인은 2003년에도 93점~96점의 높은 점수를 받게되자 주문 전화가 끊임없이 울려대기 시작합니다. 매체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만든 와인들은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2004년 부터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 웨이팅 리스트를 작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푼돈을 모아 만든 피노 누아가 그들을 하룻밤 사이에 풋내기에서 모든 와인 수집가들 탐내는 록스타로 만들어 버린거지요. 마침 피노 누아를 소재로 한 영화 '사이드 웨이'가 흥행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피노 누아 품종에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도 한 몫했습니다.
안개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소노마 코스트. 홈페이지 |
이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품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고 결국 2011년 대박을 터뜨립니다. '코스타 브라운 소노마 코스트 피노 누아 2009'가 와인 스펙테이터 2011년 올해의 100대 와인중 1위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합니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그해에 출시된 와인 1만6000여종을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해 100대 와인을 선정했는데 코스타 브라운이 올해의 와인(Wine of the Year)에 뽑힌겁니다. 와인 가격은 급등했고 미국 블룸버그지는 2011년 2월 코스타 브라운을 할란(Harlan), 콜긴(Colgin) 등과 함께 미국의 4대 ‘컬트 와인'으로 꼽게 됩니다. 포도밭도 없는 두 젊은이들의 무모한 도전기는 이제 미국 와인업계에서 회자되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답니다.
소노마 코스트 위치. 홈페이지 |
코스타 브라운은 피노 누아 17만5000병과 샤도네이 6000병을 생산하는데 95%가 미국에서 소비되며 생산량이 적어 캐다나 등 6개 국가에만 한정 수출됩니다. 투자 가치가 매우 높은 와인으로 꼽히기 때문에 출시직후 가격에 4배 가까이 올라갑니다. 한국에는 매년 소노마 코스트 피노 누아와 러시안 리버밸리 피노 누아가 각 60병씩, 원 식스틴 샤도네이가 90병 소량 수입됩니다.
댄 코스타. |
■코스타 브라운 대표 와인과 댄 코스타 인터뷰
코스타 브라운을 설립한 댄 코스타(Dan Kosta). 그와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마치 격투기 선수같은 근육질의 건장한 체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와인도 사람을 따라 가나 보다. 댄 코스타의 피노 누아는 피노 누아같지 않게 파워풀하고 강렬하다. 딱 마초 스타일의 피노 누아다. 하지만 섬세함은 잃지 않았다. 상남자가 길들인 피노 누아 느낌인데 2% 정도는 터프함을 남겨 놓았다고나 할까. 댄 코스타는 “구조감과 응집력이 뛰어나면서도 조화로운 산미를 지닌 피노 누아가 우리가 추구하는 와인”이라고 설명한다.
코스타 브라운은 올해 20번째 빈티지의 수확이 끝났다. 1997년 댄 코스타와 마이클 브라운이 공동 창업한지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시절 우리 둘다 피노 누아에 엄청난 열정이 있었고 그런 열정이 브라운과 저를 의기투합하게 만들었지요. 저의 고향은 소노마 코스트입니다. 부친이 특히 와인을 좋아했는데 소노마에 피노 누아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주로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즐겼지요. 레스토랑의 피노 누아 리스트가 카베르네 소비뇽 보다 길 정도로 피노 누아를 많이 구비하고 있었지만 많은 피노 누아가 기대 수준 만큼 쫓아가지 못했어요. 와인 리스트를 짜고 운영하다 보니 우리 손으로 피노 누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와인 양조에 뛰어드는 긴 여정에 나섰답니다”
그들이 일하던 존 애쉬 앤 레스토랑은 소노마 카운티 중심에 있어 포도 생산자들이 모여드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때문에 손님들로 부터 평소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시작은 초라했어요. 1997년 수확기에 포도 0.5t을 구입해서 23케이스정도 만들수 있는 한 배럴의 피노 누아를 만들었지요. 제법 괜찮았어요. 때문에 사업으로 이어갈수 있겠다 생각했지요. 1998년에는 욕심을 부려 소비뇽 블랑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대실패였답니다. 품질이 영 시원치 않아 우리끼리 다 마셔버렸지요. 소비뇽 블랑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어디다 한마디도 안했답니다. 하하”.
짧은 시간 대성공을 거뒀지만 댄 코스타는 전 세계를 돌며 자신의 와인을 즐기는 이들과 소통한다고 한다. 웨이팅 리스트가 넘쳐 날 정도로 인기있는 컬트 와인인데 그렇게까지 수고할 필요가 있을까 궁금했다. “와인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최고의 고객들과 와인을 나누고 싶은 열정때문이지요. 런던, 베를린 등 식견높은 고객있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 갑니다.”
코스타 브라운 와인들. |
댄 코스타와 그의 대표 와인 3종류를 함께 테이스팅 했다. 코스타 브라운은 현재 나라셀라에서 단독 수입하고 있다.
코스타 브라운 원 식스틴 샤도네이(Kosta Browne One Sixteen Chardonnay) 2014는 샤르도네 100%다. 원 식스틴은 러시아 밸리의 핫 스팟이자 청정의 고급 포도 지역으로 유명한 세바스토폴(Sebastopol)을 지나는 그라벤스테인(Gravenstein) 고속도로 116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사과, 감귤, 부싯돌, 말린 키위의 아로마로 시작되며 사과파이, 미네랄, 약간의 오크 풍미, 말린 열대 과일의 풍미가 느껴진다. 싱그럽고 부드러운 스타일의 와인이다. 남도 한정식과 페어링이 좋다.
코스타 브라운 원 식스틴 샤르도네. |
댄 코스타는 “디너의 시작은 화이트 와인이기 때문에 샤르도네를 만들었지요. 풍부하면서도 신선한 복합미를 잘보여주는 와인입니다. 미각을 정갈하게 씻어주는 역할도 한답니다”고 설명했다. 사실 소노마 코스트는 나파밸리보다 기후 변화가 심해 와인을 빚기가 더 어렵다. 해안가는 태평양의 한류때문에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 낮에 안개가 생성돼 내륙으로 스며들어 러시안 리버까지 안개가 채우고 다음날 아침이 돼야 거친다. 하지만 이런 기후가 전체적으로 냉각효과를 가져와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 재배에 적합하다고 한다.
코스타 브라운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 |
코스타 브라운 러시안리버밸리 피노 누아. |
두 피노 누아는 지역도 다르고 양조 방식도 달라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다. 러시안 밸리는 소노마 코스트 보다 조금 더운 지역으로 잘익은 붉은 과일 느낌이 더 강하다. 반면 소노마는 선선한 기후로 좋은 산미와 쌉쌀한 맛을 지니게 된다. 소노마 코스트 피노 누아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발효한다. 콘크리트는 화화적인 변화가 없어 과일 느낌이 샤프하게 뽑히고 산미가 뚜렸하다. 또 전송이 압착 방식으로 사용해 텍스처가 굉장히 풍부하고 밸벳의 느낌을 준다. 반면 러시안 밸리 피노 누아는 콘크리트 탱크를 사용하지 않고 전송이 압착도 소노마 코스트보다는 적게 한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