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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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간 野… '퇴진' 거론하며 朴대통령 압박

야당이 주말인 5일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을 계기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 60여명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숨진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대거 참석했다.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는 불참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촛불집회에도 자리를 지키며 시민들과 함께 했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안규백 문희상 전해철 박남춘 설훈 이종걸 등 모두 48명의 의원이,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김성식 정동영 이태규 등 13명,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이정미 의원이 각각 참석했다.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의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 대선주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자리는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었지만 사실상 최순실 파문 정국 속에 시민 속으로 파고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추도사에서 “박 대통령은 한시바삐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내려와야 한다”며 “계속 국민 뜻을 거역한다면 저와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을 이 자리에서 재차 경고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해 “박 대통령이 철회하든지 본인이 사퇴하든지 해야 한다”며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경투쟁으로 간다.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고 압박했다.

대선주자들도 날을 세웠다. 문 전 대표는 영결식 직후 기자들에게 “백남기 선생님과 유족께 죄송스럽고, 이 땅의 모든 농민께 죄송스러운 심정”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 거부 등 현 정국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며 말을 아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이 하야하면 문재인·안철수 두 명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취지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언급에 대해 “이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조차 대선에 목매는 모습이 국민께서 실망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백씨를 언급하며 “무너진 헌법정신과 정의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온몸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 이 집회에도 경찰은 소방수 사용을 요청해왔지만 불허했다. 경찰의 진압 목적 소방수 사용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불의한 권력의 정점에 선 박 대통령의 하야를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결식에서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고, ‘살인정권 퇴진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에도 동참했다. 고인의 추모영상이 상영되자 추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영결식이 끝난 뒤 당 지도부와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은 자리를 떴지만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등 20명 가까운 의원들은 대통령 퇴진촉구 집회장소로 이동해 촛불을 들었다. 박 시장도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