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열린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에게 ‘당신 물러나라’는 말은 못하는 것이지만 당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호남에서 두 번 당선된 보물 같은 존재”라면서도 “그런 것과는 별도로 당의 현실을 냉정하게 볼 때 새롭게 변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고는 국민의 시선을 다시 끌 수 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는 게 좋다”며 “이 체제로는
갈 수 없지 않겠냐. 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도중 신상 발언을 통해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도부 사퇴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선 “어렵다고 해도 위원장은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빗발치는 지도부 사퇴 요구를 정면 돌파할 태세다. 현직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수사를 받게 된 데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각료들이 대거 교체되는 시기에 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지만, 비박(비박근혜)계의 지도부 사퇴 요구는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 그룹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당 권력의 이동을 막아야 한다는 속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