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어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우 전 수석은 잠시 카메라 앞에서 꼿꼿한 모습으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는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에 대한 언급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최순실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냐”고 묻는 취재기자를 불쾌한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우 전 수석의 소환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지 일주일 만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는 지난 4일 검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다. 검찰과 일정을 조율한 그는 언론의 관심이 작은 일요일 오전을 택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그의 소환을 겨냥해 “의혹 제기 뒤 약 3개월, 수사팀 구성 뒤 75일 만에 소환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황제소환’”이라고 비난했다. 그간 권력 앞에서 한없이 몸을 낮춘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그는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을 통신비 등 명목으로 챙기고 회사 명의로 빌린 고급 외제차를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자재산신고에서 아내의 경기도 화성 땅을 누락했고,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의 보직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도 받는다. 처가가 소유한 서울 강남 땅을 넥슨에 판 것을 놓고는 뇌물성 거래라는 시선이 따라다닌다.
최대 관심사는 그가 최순실 게이트에 어느 정도 개입했느냐다. 검찰은 이 부분에 관해선 아직 조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혐의를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는 있다. 설사 최씨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측근의 전횡을 막지 못한 그의 책임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검찰의 ‘우병우 수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지금부터라도 어긋난 단추를 다시 채운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긴다면 오만한 권력자에게 향한 비난은 검찰에게로 향할 것이다.
[사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자연인 우병우 수사
기사입력 2016-11-07 01:30:18
기사수정 2016-11-07 01: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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