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후 사퇴 방침을 공언한 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지도부로는 좀 어렵지 않으냐. 당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동반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6일 통화에서는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 대표가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정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에 불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에서 벌어질 계파 갈등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이 대표를 향한 압박으로도 여겨진다.
텅 빈 당 대표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비박(비박근혜)계의 사퇴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여의도 당사 이 대표 사무실이 텅 비어있다. 이제원 기자 |
친박계는 이 대표의 즉각 사퇴가 오히려 사태 수습을 어렵게 만든다는 인식이 강하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당장 나가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으냐”며 “최소한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 임명 전까지는 당의 화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지도부 구성 등 최소한의 수습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친박계 재선의원은 “지금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권을 잡으려는) 사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 동안 당내 중진의원, 각계 원로들과 접촉하며 의견수렴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고 국가 안정을 위해 어느 것이 옳은 판단인지 생각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이 대표 사퇴카드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2차 사과문에도 집회 규모가 커지는 등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며 “민심 수습 차원에서 이 대표 사퇴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