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등 각종 비위 혐의로 고발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지난 6일 오후 9시25분쯤 서울중앙지검 11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팔짱을 낀 채 웃으며 공손한 자세를 한 수사팀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 제공 |
◆검찰, 직무유기 혐의 적용 검토
검찰 관계자는 7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조사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했다고 담당수사팀을 나무랐다”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전날 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우 전 수석을 소환하는 과정에서 극진한 예우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사 중간에도 우 전 수석이 긴장한 낯빛은커녕 팔짱을 낀 채 웃는 표정으로 깍듯한 자세의 검사와 대화하는 모습이 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검찰을 향한 국민 분노가 더욱 들끓었다. “검찰이 아직도 우 전 수석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라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결국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물론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을 통해 최씨와 최씨 측근들의 국정농단 행위를 포착,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묵인,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직무를 유기한 수준을 넘어 최씨 등의 국정농단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씨 측이 롯데그룹에서 70억원을 받았다가 되돌려준 시점이 공교롭게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수사 착수 직전인 것을 놓고 우 전 수석이 뒤탈을 우려해 최씨 측에게 검찰의 수사 일정을 알려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최씨의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47)씨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우 전 수석이) 우리를 봐 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검찰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재벌 총수들을 독대한 것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연 날과 이튿날 삼성, 현대·기아차, LG, 롯데 등 대기업 총수 7명과 따로 시간을 내 만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출연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확보해 구체적 내용과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등 박 대통령과 해당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 내용을 복기하는 데 힘쓰고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재벌총수 사면과 기업규제 해소 등 기금출연에 따른 대가관계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되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검찰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통화내용, 박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이 담긴 파일도 분석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업무 지시를 놓치는 것 없이 정확히 이행하기 위해 녹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