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받아본 청와대 200여 문건 중 최종 완성본은 1~2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씨가 청와대와 각 부처 업무 문서를 사전에 챙겨보고 검토, 수정, 토를 다는 등 마치 결재권자처럼 행세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최씨의 태블릿PC 속 문서 200여건을 대상으로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진행한 결과, 이 가운데 한두 건을 제외하고는 공식 문서번호가 붙기 전의 미완성본으로 확인됐다.
최씨가 본 문건은 대통령 연설문, 북한과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이 망라됐다.
검찰은 정부 각 부처와 청와대의 문서 작성자, 중간 결재자들 다수를 조사해 해당 문건들이 공식 결재 라인과 비공식 업무 협조 형식으로 부속실로 넘어와 정 전 비서관의 손을 거쳐 최씨 측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에 압수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음성 녹음 파일에는 최씨가 정씨에게 구체적으로 문서를 요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음성 파일에는 문서 유출에 관한 대화 외에도 청와대 핵심 기밀인 수석비서관 회의 안건 등에 관한 대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연설문을 비롯한 업무 문서들을 최씨 측에 전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연설문 등과 관련해 국민 반응 등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의견을 구하는 차원에서 문서를 전해주라고 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한편 최씨가 받아본 문서들이 공식 문서번호가 붙은 최종본이 아니여서 정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아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만 적용 가능하다는게 검찰 판단이다.
한두 건의 최종 문서도 청와대 생산 문서가 아니라 정부 부처의 문서를 보고받은 것으로 법이 규정하는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
이에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체포영장 청구 때 혐의란에 공무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을 적었으나 구속영장 청구 때는 공무비밀누설 혐의만 적용했다.
최씨의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정보를 건넨 사람만 처벌하고 받은 사람은 처벌하지 않는 판례 등을 볼 때 문서를 본 것에 대해 처벌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최순실이 본 靑문서 200건 중 최종본은 1~2건
기사입력 2016-11-08 10:00:06
기사수정 2016-11-08 10:07:40
기사수정 2016-11-08 10:0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