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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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최순실 사태 등 대내외 악재에… 은행권 '비상'

불확실성 대비 달러확보에 총력 / 대부분 규제기준 85%는 웃돌아 / 안심하긴 일러… “보수적 운영 만전”
대내외 정국 불안이 심화하자 은행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들은 미국 대통령선거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커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고자 달러 확보에 여념이 없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모두 3개월 기준 외화 유동성 비율이 감독당국의 규제 기준인 85%를 크게 웃돌고 있다.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로 100%를 넘으면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다는 의미다.

10월 말 현재 우리은행이 118%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109.37%)과 KEB하나은행(102.86%)도 100%를 상회했다. 9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이 116.4%였고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도 각각 108.06%, 103.64%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 대선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며 “그 결과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자본 적정성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은행권의 외화유동성이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의외의 선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최순실 사태로 채권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7일 ‘금융위·금융감독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비상대응 체제 가동을 선언하면서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상황을 점검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시장 불확실성으로 앞으로 외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혹시라도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국과 여러 면에서 통상 마찰을 빚을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 은행권의 외화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상 조달계획을 점검하는 한편 앞으로 보수적으로 운영해 유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황계식·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