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교복 차림으로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사회문제에 눈을 뜬 ‘청소년 촛불세대’가 바로 지금 20대 청년들이다. 청소년기에 광장 민주주의를 경험하면서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부조리한 제도와 관습 타파를 위해 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시민의식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2008년 5월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1만여명이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 많은 중·고교생이 참석했다. 당시 10대 청소년들은 쇠고기 수입문제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0교시 수업과 학교자율화 정책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즈음 고려대가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한 중·고교생 333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1%가 ‘정부정책에 대한 분노’를 집회 참여 이유로 꼽았다.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14%에 그쳤다. 자신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정책과 사회현안에 옐로카드를 들었다는 얘기다.
단국대 재학생 박모(22·여)씨는 “친구들에게 집회 참여를 독려하거나 강요하면 이념적이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며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광장에 나가 평화적이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참여하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경북대 노진철 교수(사회학)는 “20대 촛불세대는 청소년기에 광장에서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사회적 참여를 경험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들은 불의에 참지 않고 타인과 공감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는 의식이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IMF)로 취업난을 겪으면서 참는 게 익숙해진 이전 세대와 달리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활동을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의 주축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