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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파문이 덮친 박근혜 대통령. 권위를 잃고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다. 8년 전보다 참혹하다. 국민 분노를 재울 능력도, 선택권도 없다. 지난 5일 ‘박근혜 아웃’을 외쳤던 촛불민심은 12일 집회를 벼르고 있다. 난국 수습을 기대할 곳은 국회, 거야뿐이다. 열쇠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쥐고 있다. 제1야당이 ‘문재인당’이라는 건 다 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중대 결심을 들먹이며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떼라”고 윽박지르나 탄핵·하야는 되도록 삼가고 있다. ‘부자 몸조심’하는 양 비친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대부분 예측한다. ‘문재인=대통령’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뜻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최순실 파문은 여야 대선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 강적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대 피해자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기댈 언덕도 무너졌다. 문 전 대표는 반사이익을 얻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3%포인트 올랐다고 한다. 당 지지율 상승폭에는 7%∼8%포인트 뒤처진다. “문재인은 대통령감”이라는 유권자가 별로 늘지 않은 셈이다.
계파를 건사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건 문 전 대표 강점이다. 수권정당의 정책·비전을 제시하며 통치능력을 보여주는 건 미흡하다. ‘송민순 회고록’ 대처는 비근한 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논란은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 입장은 찬성”이라고 정리해야했다. “기억 안 난다”는 미심쩍은 발언은 중도층에 불안감을 키웠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 “야당도 협조하겠다”고 공언까지 했는데 여당이 받자 말을 바꿨다.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도 강력히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수용하자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고 또 외면했다. 어젠 “내치와 외치를 구분할 수 없다”며 군통수권까지 포기하라고 했다. 반대만 하면서 국정 공백을 방치하는 건 안 전 대표와 다를 바 없다. 자꾸 조건을 붙이는 행태는 솔직하지도 않다.
허범구 논설위원 |
야 3당은 대표 회동에서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걷어찼다. 당장 총리 인선을 시작하더라도 갈 길이 멀다. 국정이 한없이 겉돌면 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적극 나서야 한다. 난국 수습의 역랑과 책임을 보인다면 국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토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하도 힘들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에 이어 개헌을 제안했다.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뿌리쳤던 박 대표. 2007년 대선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겼다. 알다가도 모를 게 민심이다.
허범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