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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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 주말 집회까지 대통령 탓만 하겠다는 건가

야 3당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추천 제안을 거부하고 12일 집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라는 제안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미 대통령 선거 결과로 국내외 정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국정 공백 장기화가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대여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박 대통령이 총리를 추천해달라며 국회에 던진 공을 야 3당이 ‘2선 후퇴 뜻을 명확히 하라’며 청와대로 되던진 꼴이다. 야 3당 대표들은 그러나 대통령의 거취, 구체적인 권한 이양의 범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각 당의 입장이 달라 구체적으로 논의를 못했다”(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고 한다.

핵심은 야당이 주장하는 ‘2선 후퇴’의 기준이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은 “총리 권한인 내각 통할권, 각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를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실상 의전상 권한을 제외한 모든 국정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내각 권한을 넘어서는 대통령 고유권한, 군통수권과 인사권 등 전반을 거국중립내각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자리에만 앉아 있을 뿐 권한은 행사하지 말라는 얘기다.

청와대와 여야가 이를 합의하기도 어렵지만 현행 대통령제 속성상 위헌 논란도 제기된다. 헌법에 명시된 군통수권과 조약 체결·비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 권한 등을 총리에 넘길 수 있느냐는 문제다. 야 3당 입장이 제각각이니 설사 대통령이 ‘2선 후퇴’ 선언을 한다 해도 대통령·총리 권한 범위를 놓고 다툼이 일 게 뻔하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만나 정치적 담판을 지어야 할 사안인데도 반대만 외친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에서 야당의 정략적 행태는 실망스럽다.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최순실 정국 주도권을 끌고가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차라리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든지 탄핵 절차를 밟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게 솔직할 것이다. 대통령 비판 여론에 편승해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야당을 편들 정도로 국민 수준이 호락호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