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은 흥망을 갈랐다. 중국의 통일제국 진·한. 철제 무기가 배경을 이룬다. 석탄은 이때 많이 쓰인다. 한·당도 버거워한 고구려의 국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농업생산력이 풍부했던 걸까. 아니다. 철기병이 대단했다고 한다. 요동과 만주에 널린 철과 석탄이 철기병을 낳은 것은 아닐까. 서구 산업혁명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자원도 석탄이다. 1960∼80년대 우리의 경제개발도 태백 준령의 석탄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역사를 바꾼 석탄. 요즈음에는 천덕꾸러기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당한다. 시도 때도 없이 한반도로 날아드는 중국 미세먼지도 따지고 보면 석탄 때문이다.
하지만 석탄이 없어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민 난방연료의 대명사 연탄. 연탄이 없으면 추위에 떨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은 지금도 숱하다.
3년 전 따라간 연탄 봉사. 젊은 대학생이 많았다. “어찌 알고 왔느냐”고 물었다. “인터넷을 보고 그냥 친구들과 같이 왔다”고 했다. 그때 가슴 뭉클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는 춥지 않다.”
연탄 기부가 줄었다. 전국 31곳 연탄은행이 기부받은 연탄은 작년보다 37.5%나 감소했다고 한다. 기부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 최순실 사태 때문이라고 한다. 온 나라 관심이 최씨 파문에 쏠려 있으니 미처 기부할 생각을 하지 못한 걸까. 하기야 압수수색을 당할 대기업이 한두 곳이 아닌 판에 연탄 기부 돌아볼 대기업이 얼마나 될까. 유난히 춥다는 올겨울, 산동네 노인분은 오늘도 문 밖을 보며 연탄을 기다리고 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