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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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몸집 불리기, 친박선 대규모 모임… 본격 세 대결

내전 치닫는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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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극심한 내분을 겪어온 새누리당이 결국 ‘한지붕 두가족’ 체제로 분열되는 양상이다. 비박(비박근혜)계는 현역 의원에 당소속 시도지사와 원외위원장까지 외연을 확장해 몸집을 불리고 있고, 이에 맞서 친박(친박근혜)계도 초선 모임을 여는 등 본격적인 세 대결이 시작됐다. 사실상 분당의 길로 가는 중간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비박계 중심의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의원모임’(진정모)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 지도부 퇴진과 당 쇄신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회동에는 정병국, 김재경, 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중진들로 구성된 ‘긴급현안 대책 중진 의원모임’(중진 모임)도 가세하며 모두 29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중진 모임과 진정모에서 각각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오신환 의원은 연석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이 책임 있게 반성하려면 결국 해체 후 재창당의 길을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현 지도부 사퇴를 통해 새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 분당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별도 지도부 구성을 모색하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13일에는 두 모임에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원외위원장까지 참여하는 ‘비상시국 회의’를 개최한다.


비상시국 토론회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왼쪽 첫번째)와 나경원 의원(왼쪽 두번째), 권성동 의원(가운데) 등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8차 국가전략포럼 ‘비상시국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제원 기자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학용 의원도 이날 국회로 각계 원로들을 초청해 비상시국 토론회를 열었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이각범 전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등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에 맞서 친박계도 본격적인 세 과시에 돌입했다. 조만간 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정국현안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대규모 모임을 결성하기로 하고, 첫 모임 일정을 조율 중이다. 모임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통화에서 “늦어도 다음 주에 모임을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것”이라며 “참여인원 규모는 50명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당 소속 초선 의원 10여명은 국회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당 분열이 분당 사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계파색을 배제한 모임이라고 설명했지만 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국방부 차관을 역임한 백승주, 교과서 국정화 운동을 주도했던 전희경 의원 등 친박계가 주축이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는 2선 후퇴 대신 재창당준비위원회나 당 쇄신특별위원회 발족 등 다양한 수습방안을 검토하며 사태 수습 로드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재창당준비위 위원 후보군으로 김 전 대표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계파 대표주자를 포함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명단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비상시국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 지도부의 손으로 재창당위원회니, 뭐니 아무리 만들어봐야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데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현 지도부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