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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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버티고 청와대는 지연 전략 '어중간한 동행'

김병준, 내정자 신분 유지 관측 / 청도 ‘지명 철회’ 결정 어려워 / 새 총리 임명 난맥상 길어질 듯
청와대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어정쩡한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지명을 철회했지만 김 내정자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다. 김 내정자는 여야가 합의 총리를 만들어낼 때까지 ‘대기 총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를 두고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수습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야권에서 나온다.

김 내정자를 국회 추천 총리로 대체하는 계획은 야 3당의 거부로 물 건너갔다. 야 3당 대표는 9일 회동에서 박 대통령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대통령 2선 후퇴 명시’를 협상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직접 지명 철회를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도 여야 추천 총리가 나올 때까지 김 내정자 신분이 유지된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자칫 김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했는데 새 총리가 나오지 않으면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하는 분위기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락가락하는 김 내정자의 입장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김 내정자는 그간 “인사청문요구서 제출 이후 20일 후면 내정자직은 자연 소멸한다”며 미련 없이 국회에 요청서를 제출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 국회 방문 이후에는 “(제출 시기는) 국회 돌아가는 상황을 봐야 한다”며 머뭇거리고 있다. 김 내정자가 총리 내정자 역할을 여야 협상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규정한 만큼, 내정자직 유지를 위해 요청서 제출 시기를 늦추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김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한 여야 협상에 대해 “왜 결정을 못 하나. 나는 하루 만에도 결정할 수 있다”며 “이기려고, 얻으려고 하지 마라.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라“고 충고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헌법적으로 대통령이 5년 동안 의무를 다하겠다고 한 부분과 어긋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나 같은 경우는 (총리로) 들어가서 여야 협의 채널로 대통령을 압박해 실질적인 2선 후퇴를 가져오려고 했다”며 “조만간 (관련) 글을 하나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