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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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최, 기업 ‘약점’ 쥐고 재단 출연 요구한 듯

검, 한진 등 관계자 줄소환
검찰이 미르·K스포츠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의 줄소환에 나섰다.

검찰은 청와대와 비선 실세 최순실(구속)씨가 한 손으로 재단 출연을 요구하고 다른 손으로는 행여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수사나 세무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관련 수사 기밀 유출 의혹과 CJ그룹의 부회장 강제 퇴출 의혹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9일 한진그룹 김모 전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LG그룹 이모 부사장, SK그룹 박모 전무, CJ그룹 조모 부사장, 한화그룹 신모 상무 등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는 미르·K스포츠 두 재단에 대한 출연 경위, 총수와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청와대의 지시 여부 등에 초점이 모아졌다. SK는 두 재단에 총 111억원을 출연해 삼성(204억원), 현대차그룹(128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을 냈다. LG는 78억원, 한화는 25억원, CJ는 13억원, 한진은 10억원을 각각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 17명과 간담회를 한 뒤 이 중 7명과 별도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드러나며 박 대통령이 직접 모금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비공개 면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기업 가운데 검찰은 롯데와 CJ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으나 K스포츠재단은 올 들어 70억원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 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70억원을 냈는데 K스포츠재단은 지난 6월9일 이 돈을 되돌려줬다. 바로 다음날인 6월10일 서울중앙지검은 롯데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기업 수사 본격화를 앞두고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뇌물’이란 의심을 살까봐 K스포츠재단이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검찰의 롯데 수사 움직임을 K스포츠재단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미르·K스포츠 두 재단 측에 수사 정보를 흘려줬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조만간 우 전 수석을 소환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추궁할 계획이다.

CJ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전 부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박 대통령 뜻’이라며 2선 후퇴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두 재단 모금을 주도한 안종범(구속) 전 수석의 전임자다. 검찰은 조 전 수석도 강요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