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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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엎친데 덮친 한국경제…앞이 더 걱정이다

자국 위주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경기 악영향 미칠 가능성

車·철강 등 수출 적신호…내수산업 육성 등 체질 강화 시급

미국 대선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극단적인 자국 위주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세계경제가 동시에 위기에 빠지는 대공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반 세계화 기류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장 국제 금융시장이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와 같은 패닉 현상을 보이며 요동쳤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장중 최대 6% 이상 폭락했고, 안전자산인 채권과 금, 엔화가 급등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하게 되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주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구조적 위기국면에 놓였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 불안이 커지는 등 국정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대통령 선거 결과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한국 경제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 거세지는 '보호무역' 장벽…자동차·철강·섬유 등 韓 수출 타격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미국 통상정책이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미 수출을 포함한 우리나라 수출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견지하며 NAFTA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또 한미 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취임하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상계관세 부과 등을 통해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트럼프가 자국 기업 우대 정책 및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철강, 섬유 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국내산업과 시장 보호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라며 "당장에 한·미 FTA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TPP 협상 재검토와 연계해 서비스산업의 조기 개방 등의 요구가 증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철회나 재협상과 같은 극단적 조치가 아니더라도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같은 무역제한 조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도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 요구가 증가할 것이라며 각종 수입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한미FTA의 협정 개정을 요구해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휴대폰 산업에 속한 기업의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각종 무역협정들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경우 장기 성장성 훼손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트럼프는 FTA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비난해 왔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트럼프의 공공인프라 정책에 힘입어 건설업, 통신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경제콘트롤 타워 회복 시급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장기화 할 경우 각종 정책이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물론 위기상황에서 일사분란하고 효과적인 대처가 어려워지게 된다. 자칫하다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대외무역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신속하게 현안 처리에 나서야 할 경제팀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을 계속 맡고 있지만 떠나야 할 사람이고 후임자로 지명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치 혼란으로 인해 향후 거취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리더십을 상실한 상황에서 경제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경제사령탑이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있지만 조기에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롯데, 삼성, 부영, CJ 등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기업 경영에 상당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 더해 내수 증가세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증가세가 축소되면서 경기 전반이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10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101.7)과 유사한 101.9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대내 불확실성이 커지며 비교적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전망했다.

설비투자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9월 71.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10월 수출은 3.2% 줄어 전월(-5.9%)에 이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 돌파구는 없나…한국경제 체질 강화 급선무

트럼프 당선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무역질서가 크게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수입규제 강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조사 결과,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지난해 42건으로 전년보다 23건 늘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대한 조사 개시 건수는 17건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교역 감소는 4분의 1이 보호무역주의 흐름에서 비롯됐고 나머지는 경기 부진에 따른 것이다.

선진국의 반(反)세계화 움직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체질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의 반세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높은 실업률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로 촉발됐다”며 “최근 반세계화는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 연구위원은 "앞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활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기업활동에 새로운 형태의 규제와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내수부문을 확충함으로써 중국의 성장 둔화와 같은 외부변수 악화에 경제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광섭 기자 songbird8033@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