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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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국정교과서 나오면 의혹 해소된다는 교육부

‘최순실 꼬리표’ 연일 논란 / 깜깜이 집필과정도 문제 / 결과 아무리 좋게 나와도 과정 잘못됐다면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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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교과서가 나오면 지금 제기되는 우려나 의혹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속에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우리가 만들 교과서는 역사에 오점을 남길 교과서가 아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오는 28일 공개되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우려했던 것보다 이념 편향성이나 사실관계 오류 측면에서 지적을 덜 받을 수도 있다. 국정교과서에 ‘최순실 교과서’라는 꼬리표가 달리며 국정화 반대여론이 나날이 확대되고, 정부와 여당이 국정교과서를 비호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국정화 반대선언에 참가했던 한 원로 사학자는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비판여론을 의식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은 아예 빼버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름 붙인 대로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나올지라도 비판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우려하는 건 교과서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국정화 과정 자체이기 때문이다. 반대여론을 무시한 채 국정화를 강행했다는 점, 집필진과 편찬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깜깜이 집필’을 했다는 점 등은 분명 올바른 과정이 아니다.

김주영 사회2부 기자
국정화 발행체제가 이어지면 언젠가는 역사교과서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해 국정화 논란 당시 세계일보는 ‘정권의 편향-국정교과서 연속 검증’ 보도를 통해 국정교과서가 왜 정권 편향성을 보일 수밖에 없는지 세상에 알린 바 있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이 잘못됐다면, 그리고 결과 이후가 염려되는 상황이라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해야 한다. 교육부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김주영 사회2부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