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여성이 대거 등장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여성혐오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당사자들의 성별을 부각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언론 보도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여성 비하, 혐오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 대통령 시대라 비선 실세도 죄다 여성’,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감정이 앞서는 여성이 요직에 오르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이다. SNS상에서는 트럼프 당선자가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고 말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도 논란을 악화하는 데 한몫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최순실씨를 각각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 ‘강남의 무속 여인’으로 지칭한 게 대표적이다.
여성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아녀자 두 명이 국정을 농락했다’, ‘강남 아줌마’ 운운하는 여성혐오적 발화와 ‘여성’인 대통령 개인의 스캔들로 사건을 바라보려는 시각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상수 연구위원은 “남성과 달리 여성이 관련된 사안의 경우 당사자의 일로 그치지 않고 여성 전체 문제로 해석돼 모든 여성이 비난의 대상이 된다”며 “문제의 당사자가 여성임을 부각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유지시키는 하나의 도구다.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