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주최 측은 국민 분노가 큰 만큼 ‘청와대 근접 행진’ 방침을 밝혔으나 경찰은 사실상 불허했다. 이에 따라 집회 자유 및 다양한 방식의 집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야 3당 등이 합세하는 데다 ‘2선 후퇴’ 요구를 거부하는 듯한 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확산하고 있어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 집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최소 50만명, 경찰은 16만∼17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경찰 추산만 비교해도 2008년 ‘광우병 집회’ 때의 8만명보다 2배가량 많다.
당초 민주노총은 집회 뒤 경복궁을 거쳐 청와대와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주변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까지로 행진구간을 제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광장에 모인 시민이 합법적인 범위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운 방식으로 뜻을 표출할 수 있다”며 “(경찰이) 예단해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도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헌법질서가 유린당한 만큼 온 국민이 단합해 문제의 근원인 청와대에 뜻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에 따른 집회 취지 퇴색 등을 우려해 청와대 쪽 행진 대신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숙명여대 홍성식 교수(법학)는 SNS에 “신촌, 강남역 등으로 행진 방면을 다양하게 하고 (행진)시간도 (저녁에서) 낮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홍 교수의 제안에 의경 출신의 한 서울대 학생은 서울시내 권역별로 구체적인 행진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를 제작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밖에 ‘밤에 인왕산에 함께 올라 랜턴을 켜자’, ‘주택가를 행진하며 사람들을 불러내자’ 등의 의견도 나왔다. 각계각층의 시민이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평화적인 집회 시위를 통해 건강한 민주주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민중총궐기 집회의 평화적 진행을 당부하는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지난 1일과 9일 44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시·도에 “민중총궐기 집회에 공무원이 참여하는 것은 위법인 만큼 동참하지 않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공무원 단체 활동 관련 소속 공무원 복무관리 철저 요청’ 공문을 보냈다.
행자부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등에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집단행위 등이 금지된 만큼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위법행위라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전공노 집회에 동참하거나 경찰의 채증, 과격한 시위 사실이 드러난 공무원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전교조와 전공노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공무원 1만7432명과 교사 2만4781명에 대한 징계도 검토 중이다.
정진수·김준영·김주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