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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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권 거리로 나설 거면 차라리 탄핵 절차 밟아라

민주당 정권퇴진운동 본격화
극한 대결로 난국 수습 요원
정치로 안 되면 법으로 해결
오늘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다시 열린다. 주최 측은 지난 5일 20만명보다 많은 최소 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1·2차 집회처럼 불상사 없이 평화집회·행진이 진행되도록 시민과 경찰이 노력해야 한다. 3차 촛불집회의 하야 민심 수위는 정국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촛불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야3당 의원이 모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됐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박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도 공조하는 분위기다. 야3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 최순실 파문으로 인한 난국을 정치적으로 수습할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진다. 대통령이 통치 불능 상태에 빠졌다면 국회 다수 권력인 거야가 국정 정상화의 역량과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 수습의 열쇠를 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거부하고 군통수권 등 대통령 권한을 다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사실상 대통령직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어제도 “박 대통령은 내치는 물론 외교·안보 관련 모든 권한까지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하야 수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과 박 대통령이 권한 포기 문제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계속하면 국정은 한없이 겉돌게 된다. 박 대통령에게 ‘백기투항’을 받으려고 주말 성난 촛불민심에 기대는 것은 제1야당이자 수권정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트럼프 쇼크’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분단국이자 수출 주력국인 우리는 안보·경제분야에서 한시바삐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정 방치는 국가와 국민 이익에 반하는 행태다. 정치로 해결할 수 없다면 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거국중립내각도 안 되고 하야도 안 된다면 남은 방법은 탄핵뿐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어제 “12일 국민 대궐기 이후에도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곧바로 탄핵 절차에 착수하자”고 했다. 출구 없는 극한 대결과 국론 분열이 이어질 바에야 합법적 수순에 따라 탄핵소추 절차를 밟는 게 옳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날 때까지 두 달 걸렸다. 헌재 결정이 최장 6개월 걸릴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총괄해 혼란은 줄일 수 있다. 지금처럼 야당과 대통령의 기싸움으로 국정이 표류하는 것보다는 낫다. 야당이 탄핵 역풍을 우려해 주저하는 것이라면 비겁하다. 대통령 퇴진이 민심이라고 믿는다면 당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