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에 사는 직장인 박모(26)씨는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KTX를 타고 올라왔다. 동료 없이 혼자 상경한 박씨는 “광우병 파동 때 고3이라는 이유로 촛불시위에 참석하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다”며 “나같은 사람들이 모이면 힘이 되고 그게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문경(20·여)씨는 ‘이불 박근 위험혜, 하야 순시려’라고 풍자한 손팻말을 들고 홀로 참석했다. 정씨는 “원래 같이 오기로 했던 친구들이 바쁘다고 해 혼자 나오게 됐다”면서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면 나오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혼참러인 대학생 지승환(19)씨는 정장 차림으로 흑백 태극기를 영정사진으로 갖고 나왔다. 스스로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는 지씨는 “시국이 이 지경인데 안 나올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거친 구호 대신 인디밴드인 ‘10cm’노래 ‘아메리카노’의 한 구절인 ‘아메아메아메’를 ‘하야하야하야’로 고쳐 부르거나, 아이돌 가수인 빅뱅의 ‘뱅뱅뱅’의 노래 구절을 개사해 따라 불렀다. 마로니에 공원부터 내자동 로터리까지 이어진 행진 내내 트럼펫과 탬버린, 북, 호루라기 등이 등장했다. 청년들은 노래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면서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광장시장 쪽에서 행진 행렬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던 시민 김동현(42)씨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모습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눈길을 빼앗겼다”며 “과격하지 않게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집회 수준이 높아진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