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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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김종 전화 받고 박근혜 풍자 걸개 못 걸어"

윤장현 광주시장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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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홍성담 작가의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이 정부 압력으로 전시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장현(사진) 광주시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2차관의 전화를 받고 홍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시장은 정부 압력으로 세월오월 작품 전시가 무산된 사실을 2년 만에 밝혔지만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윤 시장은 이날 “당시 세월오월이 당당하게 전시되지 못한 게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세월오월 작품은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으로 5·18시민군 등이 2014년 4월 침몰한 세월호를 인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림 한쪽에는 박 대통령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당시 논란이 일었다.

홍성담 작가의 박근혜 대통령 풍자 걸개그림
자료사진
윤 시장이 이 같은 세월오월 작품과 관련해 김 차관의 전화를 받은 것은 2014년 광주비에날레 개막 한 달을 앞둔 8월 초순쯤이었다. 당시 윤 시장은 중국 베이징 출장 중이었다.

윤 시장은 “김 차관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비엔날레 특별전에 예산이 들어가는 게 적절한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윤 시장은 김 차관의 전화가 홍 작가의 전시 무산과 관련이 있느냐는 물음에 “예산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전시 철회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윤 시장은 “전화를 받고 시정 현안을 고려할 때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며 “청와대로부터는 직접적인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관련 부서 등 행정계통으로도 전화가 걸려왔다”고 설명했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체육 분야를 총괄하며 광주U대회 예산지원을 쥐고 있는 김 차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게 윤 시장의 해명이다.

김 차관은 현 정권 최장수 차관이자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인물로, 윤 시장이 전화를 받을 때는 그가 부임한 지 10개월밖에 되지않았지만 실세로 거론된 시기다.

결국 개막 한 달을 앞두고 홍 작가의 작품은 2014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가 무산됐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