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5건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하며 밝힌 사유가 똑같아 눈길을 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구속된 5명 중 최순실(60)씨와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2명의 영장심사는 한정석 판사가 담당했고, 안종범(57)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3명의 영장심사는 조의연 부장판사가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여러가지 사업의 이권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 씨가 지난 8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버스에 탑승하기 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법원의 엄정한 태도는 지난 12일 청와대 앞 시위를 허가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애초 경찰은 원활한 교통 흐름 방해와 대통령 경호 등 이유를 들어 시위대가 청와대 인근 사직로·율곡로로 행진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촛불시위 주최 측이 금지 결정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청와대와 가까운 곳에서 시위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했다”며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앞선 집회들이 지금까지 평화롭게 진행됐고 오늘(12일) 집회도 그동안 보여준 시민의식 등에 비춰 볼 때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최근의 국정농단 파문이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앞서 TV조선은 지난 8월 타계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토대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 재직 시절 “법원이 지나치게 강대하다.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 “국가적 행사 때 법원도 국가안보에 책임 있다는 멘트가 필요하다” 등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